설 연휴 밥상머리의 화제는 단연 급등한 난방비 부담이었다. 한 달 새 수십만원이나 뛰어오른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들고 두 눈을 의심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도시가스요금 급등 여파로 난방비가 수직 상승하면서 가뜩이나 고물가, 고금리에 휘청이던 가계가 ‘난방비 폭탄’까지 맞은 것이다. 바깥 기온이 냉동실과 다름없는 극강 한파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은 다음달 고지서가 아른거려 난방을 제대로 틀지 못한 채 버텨야 할 처지다. 지난해 12월분 관리비가 급등한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도시가스의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스공사가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올 한 해 몇차례 더 요금을 인상할 계획이어서 겨울을 넘기더라도 부담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종 공공요금도 줄줄이 오른다. 서울시는 4월부터 지하철과 버스 요금을 당초 300원 인상안에 400원 인상안까지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지하철이 1250원에서 1650원, 버스는 1200원에서 16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지하철요금이 400원 오른다면 32% 인상이다. 8년간 동결됐으니 오를 때가 됐지만 지난해 고물가에 호되게 당한 서민들은 한 번에 수십퍼센트나 요금 인상을 감당해야 할 상황이다. 전기요금, 상하수도료, 택시요금도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한국 경제가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그 충격이 서민과 취약계층에 집중될 것이다. 그런데 정부 대책은 썩 미덥지 못하다. 취약계층의 겨울철 가스요금 할인 한도는 최대 1만2000원 증가에 그쳤고, ‘에너지 바우처’ 지원 대상에서 소외된 취약계층도 5만5000여가구에 달한다. 지금이라도 지원이 부족하거나 사각지대가 있는지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
정부는 고물가로 인한 가계 실질소득 감소를 엄중하게 받아들여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물가 급등은 취약계층과 서민뿐 아니라 중산층 가계의 소비심리도 위축시켜 경제 전체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25일 소득 하위 80% 가구에 15만~40만원을 지급하는 5조원 규모의 ‘물가지원금’을 제안했다. 여당은 요금인상은 전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의 후폭풍이며, 물가지원금은 ‘포퓰리즘’이라고 반박했지만 그렇게만 볼 일이 아니다. 부동산 세금은 깎아주면서 서민·중산층의 ‘겨울나기’는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정부·여당도 생산적인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