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남 포퓰리즘 아니다” 해명에도 시민사회 비판 이어져
현행법에 이미 참여 가능…학교·직장 안전 교육 제도 갖춰

“여성 민방위 훈련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필수 생존 교육입니다. 민방위 교육은 20세 이상 40세 이하 남성만을 대상으로 실시합니다. 여성은 전시에 아무런 생존 지식도 지니지 못한 채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사진)이 여성 군사기본훈련 도입을 위해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을 내겠다고 밝히며 지난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김 의원은 “일각에서는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잡으려고 내놓은 정책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오히려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금기시했던 주제를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남 포퓰리즘’이 아니라는 김 의원의 해명과 달리, 시민사회에서는 “각종 선거 때만 되면 여성과 안보를 엮어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성별 갈라치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김 의원이 25일 발의한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은 남성 중심으로 설계된 민방위 훈련 대상을 여성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이다. 여성도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익히고 산업재해 방지 교육, 화생방 대비 교육 등을 이수해서 각종 재난·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그러나 김 의원이 언급한 시민 안전 교육은 민방위 훈련이 아니어도 받을 수 있다. 해병대 대위 출신인 방혜린 전 군인권센터 활동가는 “김 의원이 말한 심폐소생술, 산업 안전, 소방 안전 등 교육은 여성이 안 받는 게 아니고 이미 학교나 직장에서 이뤄지도록 제도 정비가 돼 있다”면서 “민방위 훈련으로만 배울 수 있는 게 아닌데 법 개정까지 내세우는 건 어폐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도 여성이 민방위 훈련에 참여할 수 있다. 민방위기본법 제18조2항은 “제1항에 규정한 자 외의 남성 및 여성은 지원하여 민방위대의 대원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지난해 기준 전국 약 5000명이 여성 민방위 대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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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마다 젠더 이슈를 공론장에 올리는 정치권의 행태가 반복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기존 제도로 여성들이 시민 안전 교육에 충분히 참여하지 않는다면, 교육을 원하는 이들이 적극 선택할 수 있도록 운영 시스템을 보완하면 될 일”이라면서 “성별을 강조하는 법 개정 내용, 당대표 선거를 앞둔 시점 등을 고려하면 법의 본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입법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성별 갈라치기’ 전략이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보와 젠더 이슈에서는 보다 신중하고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엘리 성공회대 시민평화대학원 외래교수는 “여성과 병역 문제는 진지하고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데 포퓰리즘적으로만 이슈가 다뤄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