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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윤 정부의 교육개혁, ‘담대한 시장화 구상’

입력 2023.01.26 03:00

수정 2023.01.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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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교육개혁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연초부터 잇달아 나온 교육부의 업무보고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서다. 그중 눈길이 간 것은 ‘한국형 차터스쿨’이었다.

송현숙 후마니타스연구소장·논설위원

송현숙 후마니타스연구소장·논설위원

교육부는 지난 5일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지원방안으로 미국 차터스쿨, 영국 아카데미 사례 등을 참고해 학교 운영 방식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차터스쿨은 외부 기관이 주정부와 협약(charter)을 맺고 운영하는 공립학교로, 재정지원과 함께 학생 선발과 교사 채용, 교육과정 등의 자율권을 보장받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중앙일보 1월16일)에서 내년부터 한국형 차터스쿨, 이른바 ‘협약형 공립고’를 시범운영하겠다고 다시 못 박았다. 이 부총리는 “좋은 학교를 많이 만들어 공교육 전반을 끌어올리겠다. 대표적인 게 협약형 공립고다. 혁신도시에 대규모 투자를 했지만 교육 때문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과 연계해 민간의 자율성을 부여하면 명문고들이 생겨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작도 전에 미안하지만, 교육부 뜻대로 안 될 공산이 크다.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이 부총리 본인이 책임자였던 MB 정부 당시 ‘자율형 공립고’의 성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자공고 역시 일반고의 선도모형으로 추진됐으며, 추가 재정지원과 함께 교육과정 편성, 운영 자율 범위 확대 등 특례가 주어졌다. 그러나 객관적인 평가는 “(자사고와 함께) 일반고의 황폐화를 가속화시켰다”(한국교육개발원 <고교다양화 정책의 성과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는 것이다. 학교 평가가 대입에서의 성과로 결정되는 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특별 지위를 부여받은 학교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나머지는 낙후될 수밖에 없다. 협약형 공립고는 또 하나의 특별학교 추가다. 게다가 일찌감치 자율을 강조해 온 영·미와 공통의 교육과정과 평가체계를 가지고 있는 한국은 교육 토양도 다르다.

차터스쿨은 한 가지 예일 뿐이다. 교육자유특구 운영, 민간 에듀테크 기업과의 파트너십, 사립대 재산 처분 유연화 정책 등 위험천만한 정책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MB 정부식 규제 완화와 경쟁 심화 범위를 한층 더 넓힌 ‘담대한 교육 시장화 구상’이다. 교육의 키가 맡겨진 시장에서는 수요자의 욕망대로 명문대 입학과 좋은 일자리 얻기가 교육의 지상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의 업무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상당한 경쟁시장 구도가 돼야만 가격이 합리적으로 형성되고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상품이 만들어진다”며 “교육도 마찬가지”라고 화답했다. 시장이 먼저 반응했다. 다음날, 한 경제지는 사교육 관련 기업의 주가 소식을 전하며 ‘윤 대통령, “교육, 국가독점 안 돼” 한마디에… 교육주 날았다’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경쟁과 서열화를 부추기는 정책들을 추진하면서, 교육개혁의 방향성엔 ‘모두를 위한 맞춤교육’이라 말한다. 이 부총리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교육개혁의 방향성은 분명하다. ‘모두를 위한 맞춤교육’.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놓치지 않고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 학생이 어떤 자질을 타고나든, 어떤 가정에서 태어나든, 어느 지역에 살든 질 높은 교육을 보장해 4차 산업 맞춤형 인재를 양성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전국 단위 자사고 지역인재 선발 의무화 추진, 외고·국제고 재편 등 최근 기사들만 봐도 모두가 아닌, 한 줌의 특권교육층을 중심에 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고 살리기 대책은 뭘 내놨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청년들은 물가 인상과 고금리, 생활고에 시달리는데, 등록금 인상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반값등록금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한 서울시의회가 지원금을 대폭 삭감하며 시립대의 반값등록금은 위기에 처했다. 모두를 위한 맞춤교육을 하겠다면, 고등교육 예산은 사학 퇴로 열기가 아니라 대학 무상교육을 앞당기는 재정지원에 써야 한다. 통일보다 어렵다는 유보통합 비용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명확지 않다. ‘누리과정 사태’ 당시 갈등 심화 속 ‘보육료 핑퐁’의 악몽이 떠오른다.

“올해가 교육개혁 원년”이라는 정부·여당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교육개혁’의 무게에 비해, ‘상품으로의 인적 자본’을 말하는 개혁 방향은 한없이 가볍다. 경쟁시장, 합리적 가격, 다양한 상품 따위가 교육개혁을 논하는 대통령의 언어다. 한국 교육의 격이 부끄럽다. 이게 무슨 교육이고, 교육개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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