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 정부가 26일 ‘난방비 절감 대책’을 통해 취약계층 117만6000가구에 대해 에너지바우처(이용권) 지원 금액을 기존 15만2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사회적 배려 대상자인 160만가구에 대한 가스비 할인폭을 현재 9000~3만6000원에서 1만8000~7만2000원으로 각각 2배 늘리기로 했다. 취약계층의 급등한 난방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서둘러 지원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올겨울에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추가 지원 대상 확대는 이번 대책에 대한 효과와 실제로 어느 대상까지 더 필요한지, 전체적인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취약계층의 겨울나기를 위해 신속하게 대응하고 나선 것은 다행스럽지만 이런 정도로는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 당장 이번 대책에서도 취약계층만 지원 대상으로 삼을 뿐 노숙인 보호시설, 경로당 등 사회복지시설,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은 제외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급등한 난방비로 인해 겨울나기엔 역부족”이라며 “정부는 더 두꺼운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부에 “7조2000억원의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기존에 제안한 5조원의 ‘핀셋 물가지원금’을 확대한 것으로, 소득 하위 80%인 4100만명에게 난방비를 포함, 1인당 10만~25만원을 차등 지원하는 내용이다. 서민뿐 아니라 중산층도 난방비 부담을 느끼는 만큼 좀 더 광범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난방비 급등을 대하는 정치권의 행태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우선 여당이 해법 마련에 몰두하기보다 남 탓을 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포퓰리즘 폭탄’을 윤석열 정부와 서민이 뒤집어쓰고 있다”고 전 정부에 난방비 급등의 책임을 떠넘겼다. 서민들이 엄동설한에 떠는 마당에 국정을 책임진 여당이 전 정부의 잘잘못이나 따지고 있다니 참으로 무책임하고 한심하다. 그러자 민주당 이 대표도 “전쟁 등으로 이런 상황이 예상됐는데 정부가 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고물가 행진에 올해도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줄지어 예고돼 있다. 여야는 졸렬한 정쟁을 즉각 멈추고 신속한 서민 지원 대책을 내놔야 한다. 민생 문제를 놓고 말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