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3명 중 1명이 야근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포괄임금제에 대해선 10명 중 7명이 금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실제 노동시간을 따지지 않고 매월 일정액의 시간외근로수당을 지급하는 관행인 포괄임금제는 장시간 노동, 공짜 노동의 원인으로 꼽혀왔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7~14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은 응답이 나왔다고 29일 밝혔다.
‘연장근로, 휴일근로, 야간근로 등 초과근로에 대해 실제 초과근로시간 전부를 인정해 가산임금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물어본 결과, ‘아니다’는 응답이 32.0%였다. 직장갑질119는 “직장인 3명 중 1명은 야근을 하고 야근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근 직장갑질119에 임금체불을 제보한 A씨는 “야근수당 체불, 주 52시간 위반으로 진정을 했으나 ‘출퇴근기록이 없어 야근한 줄 몰랐다’는 회사 측 주장을 노동청이 받아들여 무혐의 종결됐다”며 “출퇴근기록이 없으면 증명할 길이 없어 무혐의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야근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응답은 사무직 노동자가 38.6%로, 생산직(22.9%)과 서비스직(28.5%)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또 중간관리자급(39.4%)과 실무자급(36.8%)이 상위관리자급(22.0%)과 일반사원급(26.0%)에 비해 훨씬 높았다. 야근이 잦은 사무직과 중간 직급에서 초과근로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야근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요인은 포괄임금제나 야근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위법한 관행이었다. 초과근로시간에 대해 가산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응답자 320명에게 초과근로수당 지급 방법을 물어본 결과, ‘포괄임금제 실시’가 34.7%로 가장 높았다. 이어 ‘(관행상) 초과근로수당 미지급’(29.4%), ‘근로시간을 계산해 가산임금을 지급하지만 한도액을 설정해 놓고 있음’(19.4%), ‘교통비, 식비 지원 등 실경비만 지급’(12.5%) 등의 순이었다.
대법원은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포괄임금제 자체가 무효라고 일관되게 판단해왔다. 하지만 현장에선 사용자가 포괄임금제를 악용해 시간외근로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는 관행이 여전하다.
종교 관련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사무직 B씨는 “장기간 만성 야근을 종교적 봉사라고 강요한다. 사원증으로 출퇴근을 모두 관리해서 출퇴근 시간 산정이 어렵지도 않은데도 포괄임금제다. 수당은 전혀 주지 않으며 평일 초과 근무는 휴가 보상조차 없다”고 말했다. C씨는 “포괄임금제라 각 직원마다 책정된 고정 OT(초과근무)가 있으며 이 시간을 넘어가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그 시간이 넘어갈 것 같으면 출퇴근 시스템상 퇴근 시간을 조작해 이른 퇴근으로 처리하고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이번 설문조사에서 ‘포괄임금제를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70.9%에 달했다.
고용노동부는 다음달 2일부터 포괄임금제 오남용 신고 접수를 시작한다. 직장갑질119는 “노동자가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신고하려면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 게다가 입증 책임은 전적으로 노동자에게 있어 신고 과정부터 까다로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포괄임금제의 적법요건 등을 복잡하게 따질 것이 아니라 사전에 고정 초과근로시간을 미리 정하는 포괄임금제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