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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게 미래는 있나

입력 2023.01.30 03:00

수정 2023.01.3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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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삶을 힘겹게 하는 것은
고용 불안만이 아닐 것이다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되기에는
청년들의 현실이 너무 고달프다
늦기 전에 혐오 정치 거둬들여야

하강 이동하는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들에게 미래는 있을까? 사회이동, 한 사회에서 개인이나 집단이 더 높은 계층으로 올라가거나 낮은 계층으로 내려가는 현상은 고전과 현대를 꿰뚫는 사회학적 문제다. 대다수 사람들은 상향 이동을 원한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풍요로운 시간이 되길 바라며, 그런 기대를 희망이라고 부른다. 사회이동에서 눈여겨봐야 할 집단이 ‘청년’이다. 청년은 살아가면서 이뤄갈 계층이동이나 부모세대와는 다른 변화를 이룰 가능성을 지닌 집단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래서 ‘청년’은 자주 ‘미래’나 ‘희망’ 같은 낱말과 함께 쓰인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그러나 불행히도 한국 사회에서 청년이 주목받게 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청년실업이 사회문제가 되면서부터다. 이런저런 대책들이 발표되었지만,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청년을 표현해온 것은 ‘88만원 세대’ 담론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로 저임금과 고용불안정의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해 청년들은 ‘스펙’을 쌓고 ‘K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노동이 자신의 생애를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은 주식이든, 코인이든 뛰어들었다.

청년들의 삶이 힘들어진 것은 한국 사회에서만은 아니다. 서구에서도 1970년 이후 태어난 세대(post-1970 generations)는 날로 악화되는 고용 상황에 직면해왔다. 이런 현실을 가리켜 ‘청년의 역설’이라는 말도 생겼다. ‘네 꿈을 꾸라’는 메시지가 도처에 넘쳐나지만, 정작 청년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조건은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결국 ‘청년보장제’ 같은 청년정책들이 유럽 국가들에서 신설되었고 ‘청년’의 정의도 만들어졌다.

비슷한 상황이지만 또 다른 것이 한국 사회 청년의 모습이다. 청년의 연령 정의에서 유엔과 서구의 많은 국가들이 ‘15~24세’ ‘15~29세’를 채택한 것과 달리, 한국의 ‘청년기본법’(2020년 제정)은 19~34세를 청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원을 졸업하거나 공시 등 각종 시험과 취업준비를 하느라 30대 중반까지 불안정한 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남성의 생애가 기준이다.

따라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19~34세 청년 인구는 1072만1000명으로 전체 인구 중 20.7%에 달한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긴 청년기를 사는 셈이다.

그런데 2021년 5월 기준 20~34세 청년층의 고용률은 63.8%(15세 이상 인구 61.2%), 공식실업률은 7.8%(15세 이상 인구 4.0%)이다. 전체 인구에 비해 고용률이 높지만 실업률은 훨씬 높아 거의 2배에 이른다. 특히 확장실업률(구직단념자, 비자발적 실업자 등을 모두 합해 계산한 실업률)은 21.7%로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부터 계속 22%대 안팎을 유지해왔다. 2022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19~34세 청년 10명 중 4명은 자신이 빈곤하다고 생각하며, 10명 중 3명은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순자산 빈곤율(가구의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이 중위값의 50% 미만인 가구의 비율)은 2020년 기준 51.5%로 전 연령(31.6%)보다 훨씬 높고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므로 청년층이 가진 미래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의 사회이동 가능성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해온 가운데 청년층의 사회이동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계속 하락해왔다. ‘사회조사’에 따르면, 2009년 30대 남성의 37%, 30대 여성의 34%가 세대 내 계층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지만, 2021년에는 각각 25%, 23.9%로 낮아졌다. 청년층이 지닌 사회이동에 대한 인식이 비관적인 방향으로 바뀌는 가운데 특히 여성이 더 부정적인 것을 볼 수 있다.

청년들의 삶을 힘겹게 하는 것은 고용 불안만은 아닐 것이다. 여성과 남성을 가르고 대립시키는 혐오정치가 선거와 통치를 위한 정치권력의 전략으로 활용된다. 여성가족부 폐지로 작년 내내 소란스럽더니 새해에는 여성 민방위훈련이란다. 그 돈이 있으면 병사 월급을 더 올려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되기에는 청년들의 현실이 너무 고달프다. 20대의 높은 우울증, 자살률, 자살시도율까지 청년정책이 제자리를 찾기까지 얼마나 많은 증거가 더 필요할까? 연애, 결혼, 출산, 취업, 그리고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청년들이 포기해야 할까? 너무 늦기 전에 혐오의 정치를 거둬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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