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대리 통치’의 방편인 윤핵관들 중 보수정치의 미래로 운위할 만한 인물은 일도 없다. 윤 대통령과의 개인적 연고나 ‘충심’을 빼고는 달리 정치적 자산이랄 게 없다.
맹목적 추종과 절대 옹위로 무장한 윤핵관들이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 당권’을 만들기 위해 그야말로 폭주하고 있다. 당심도, 민심도 잡지 못하는 ‘친윤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최소한의 명분과 절차도 팽개친 채 온갖 편법과 린치를 동원해 경선지형을 호도하고 있다.
민심에서 우위를 보이는 유승민 전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18년 전 비장한 명분으로 만든 경선 룰을 고쳐 100% 당원투표와 결선투표를 도입했다. 결국 유 전 의원은 어제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변경된 룰에 따라 당심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앞서가자 이번에는 악력으로 출마를 틀어막았다. 대통령실이 좌표를 찍자 윤핵관이 주도해 겁박에 모욕주기, 왕따 등으로 나 전 의원을 주저앉혔다.
무도함의 절정은 총선 공천에 목매는 초선 의원들을 줄 세워 나 전 의원 규탄 연판장을 돌린 일이다. 초선 의원 50명이 서명한 연판장은 정당사에 길이 남을 흑역사다. 당의 건강성을 상징하는 초선 의원들이 ‘집단 린치’를 자행하는 권력의 전위대 노릇을 했다는 데서 최악이다.
“대통령과 핵심 세력이 특정인을 집단 공격하고 집권여당을 이토록 무력화시키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이재오 전 의원) 윤핵관들의 행태는 학교에서 ‘일진’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정당민주주의와 윤 대통령의 기치인 ‘자유’를 말하기조차 민망하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이 ‘친윤 당권’에 결사적인 이유는 그려진다. 우선 여소야대 국면에서 당정의 일사불란함을 기대해서다. 여당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장악력을 과거 제왕적 총재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아마도 친윤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은 ‘용산 출장소’ 역할에 충실할 터이다. 대통령만 바라보는 획일적 정당이 정책과 비전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리 만무하다. 일말의 고언과 상식적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죽은 정당이 되기 십상이다. ‘나경원 사태’에서 민낯을 보여준 초선 의원들은 권력의 돌격대를 자처할 터이다. 결국 나 전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지적한 ‘질서정연한 무기력’이 국민의힘의 모습을 대변할 것이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이 ‘친윤 대표’에 혈안인 것은 내년 총선 공천권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공천권을 마음대로 행사해 명실상부한 ‘윤석열당’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포석이다. 아마 총선 때도 이번처럼 온갖 편법과 강박을 동원해 친윤 일색의 공천을 관철시킬 것이다.
대통령에 종속화된 여당과 ‘대통령 사람’ 위주의 친위 세력 공천이 총선 승리를 담보할 수 있을까. 역대 총선 결과는 그 반대를 보여주는 경우가 더 많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친윤 대표 후보인 김기현 의원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년 총선은 윤 대통령의 얼굴과 성과로 치러질 선거”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여당의 얼굴로 직접 나선다는 의미다. 그래서 “대통령과 일체화된 당대표”(윤핵관 장제원 의원)가 절실한 것이다.
윤 대통령을 당의 얼굴로 전면에 세우는 게 국민의힘에 얼마나 유리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결국 총선 즈음에 대통령 지지율이 가름할 것이다. 경제와 민생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개혁 과제에서 성취를 일궈내느냐가 대통령 지지율의 관건이다.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가 해온 바에 비춰보면 과연 눈에 띄는 국정 성과를 내어 지지율을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이 기대하는 건 ‘이재명 리스크’의 만개와 ‘사정(司正) 통치’가 위력을 발휘하는 국면이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악화되어 절로 ‘야당 복’을 누리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신년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당이 되지 못하면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식물 대통령’ 우려만 심각한 게 아니다.
윤 대통령의 바람대로 ‘야당 복’에 기대어 여대야소를 달성한다면 어찌 될까. 여소야대에서도 이렇게 독주와 독선, 독단의 정치를 하는데 여대야소가 되면 권력의 전횡이 어느 정도일까. 한 TV토론 패널의 우려가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