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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공포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입력 2023.02.04 03:00

십여 년 전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종교간대화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의 종교지도자들과 현지 대화 모임을 가졌다. 그때 요르단의 사막에 세워진 천막 호텔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되었다. 밤이 되자 누군가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길도 없는 사막으로 나오자 다들 그대로 누워보라고 했다.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그때의 감동을 기관지 ‘종교와 평화’에 실었다.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그곳, 우리가 바라보는 하늘은 한 폭의 우주였다. 태양을 모래처럼 분해해서 뿌려놓은 것 같았다. 그 사이로 수많은 별똥별들이 날아갔다. 바로 우리 옆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뜨거운 태양 아래 숨도 쉴 수 없는 사막의 밤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선인장이 사막이라면 선인장꽃은 밤 그 자체였다. 인류의 역사는 낮과 밤으로 나누어 기술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온 우주의 모습이 이렇게 펼쳐져 있는 것이다. 은하계를 포함한 우주 전체를 마주 대한 그날 밤을 잊을 수가 없다.”

귀국해서 ‘쿠란’을 읽어보았다. 개경장의 “은혜로우시고 자비로우신 하나님의 이름으로. 온 누리의 주님이신 하나님께 찬양을 드립니다”(<꾸란 주해>, 최영길 역주)로 시작하는 언어에 매료되었다. 신이 만물을 주관하며 축복하는 생생한 말씀을 받드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떨리는 심경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그는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가브리엘 천사의 음성을 이토록 황홀한 밤하늘 아래에서 전달받았을 것이다. 한낮은 인간과 인간이 서로 증오하고 투쟁하며 칼날을 겨누는 지옥이라면, 밤은 서로의 간격을 촘촘히 유지하며 자신을 한껏 뽐내는 별빛 가득한 천국이다. 오감이 활짝 열릴 수밖에 없는 신의 정원에서는 길 잃은 아이가 부모를 만나듯 모든 운명을 신에게 의탁하는 외경의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으리라.

이슬람은 평화의 종교다. 아니 어느 종교인들 평화에 기반하지 않은 종교가 있는가. 약육강식을 일삼는 인간에게 하늘은 서로 사랑하며 감사하라는 종교의 감로수를 내밀어 무명과 탐욕을 정화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어리석은 인간은 그 잔을 거부하며 죄악의 굴레로 빠져든다. 집단과 국가와 민족이 얽히고설켜 성전이라는 이름으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정당화한다. 성현들의 최종 메시지인 사랑과 자비와 은혜의 종교는 목표가 되지 못하고 탐욕의 도구가 된다. 참된 이슬람의 지하드는 애초에 선이 악을 극복하는 자기 내부의 싸움을 의미한다. 마음의 번뇌 제거를 통한 평화, 즉 열반의 길을 제시한 불교와 다름이 없다. 세계 역사가 그렇듯 그들 일부도 결국 내침과 외침의 고통을 집단적 지하드로 확대시켜 분쟁과 테러에 끌려간다. 하여 평범한 무슬림들이 “앗 쌀라무 알라이쿰(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이라는 인사를 건네는 것에서 이들이 얼마나 일상의 평화를 원하는지 알 수 있다.

순례 기간에 또한 밤의 모스크를 방문했다. 그곳은 모든 시민들이 놀러온 것 같았다. 순교자의 무덤가에서 가슴을 치며 울부짖는 자가 있는가 하면,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이 뛰어놀고, 동네 사람들이 온갖 잡담과 토론으로 밤을 새우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모스크는 공동체의 중심지인 동시에 사막 백성의 휴식처이자 피난처임을.

나아가 이 성소는 신과의 교섭 장소다. 성직이 없는 이슬람은 자신의 진실한 믿음으로 바로 신과 소통한다. 그러니 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스크 신축을 방해하는 행위는 무슬림의 삶을 파괴하는 폭력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금기에 해당하는 돼지 통구이를 그 앞에서 벌이는 일은 무슬림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이다. 그들은 무장하지 않은 일반 시민이다. 근거 없는 편견과 차별은 혐오와 배제, 적대와 폭력으로 확산된다. 증오의 에너지는 탈레반적 자본과 이슬람국가(IS)적 패권주의, 그리고 분열의 차도르를 쓴 정치에 대한 비판으로 돌려야 한다.

200만의 외국 이주민들은 이제 우리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가 <존재에서 존재자로>에서 말하듯 타인을 환대하는 일은 무한과 초월의 절대타자로서 하느님을 맞이하는 일이다.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해외로 이주한 수백만의 우리 동포들이 외국에서 당한 고통을 생각하면 이제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이들을 끌어안아야 한다. 가짜뉴스로 과장되고 포장된 이슬람 혐오의 마음을 버리고, 이역의 무슬림을 이웃으로 맞이하는 참된 K평화의 꽃을 피우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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