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전당대회 개입, 유승민·나경원 이어 이번엔 안철수 공격읽음

정대연 기자    유설희 기자

윤 “국정운영 방해꾼이자 적”

안 “정당민주주의 훼손” 반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관련 기업인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사진 크게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관련 기업인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권주자인 안철수 후보를 향해 “적” “도를 넘었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에 이어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아닌 주자가 1위로 떠오르면 대통령실이 나서서 그 주자를 주저앉히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안 후보는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 “정당민주주의 훼손”이라고 반발했다. 대통령실과 안 후보가 정면충돌하는 형국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안 후보의 ‘윤(석열)·안(철수) 연대’ 표현과 관련해 최근 참모들에게 “국군 통수권자이자 국정 책임자가 특정 후보와 연대한다는 주장은 굉장히 도를 넘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이라는 표현은 현실을 제대로 말하지 않는 참모들에 둘러싸여서 눈과 귀가 막힌 무능한 지도자라는 의도를 담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이를 대통령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실체도 없는 윤핵관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안 후보가 “윤핵관의 지휘자는 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 비판에 나서자 윤 대통령이 이를 문제삼은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을 자신과 동률에 세워놓고 (선거) 캠페인에 끌어들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걸 안 후보도 잘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윤핵관 비판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핵관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미 지난 대선 때 자신과 윤 대통령 간 갈등 원인으로 언론에 인용된 ‘윤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를 지목하면서 쓰기 시작했다. 지금 시점에서 새삼 안 후보의 윤핵관 발언만 문제삼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안 후보의 윤안연대 발언을 문제삼았지만 윤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인 원조는 소위 윤핵관들이다. 윤 대통령 전대 개입은 나 전 의원 등을 주저앉히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서 자초한 논란이기도 하다.

나·유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뒤 안 후보가 김기현 후보를 누르고 여당 지지층 사이에서 지지도 1위를 기록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랐다. 그러자 이달 초부터 익명의 대통령실 관계자와 윤핵관 발 안 후보 비판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판 소재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대선 후보 단일화·당 통합 뒷얘기부터 “종북좌파·민주노총이 안 후보를 띄운다”는 ‘색깔론’, 안 후보 당선시 윤 대통령 ‘탈당설’까지 전방위적이었다. 안 후보는 그간 ‘윤심은 없다’며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구분하는 전략을 취해 왔는데, 윤 대통령이 사실상 직접 나서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앞서 출마 의지를 보이던 나 전 의원은 안 후보와 같은 전략으로 가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등판해 ‘대통령실 관계자·윤핵관 발언=윤심’임을 확인하자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결국 출마를 포기했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여당 지도부와 선거관리위원회에 공정한 선거 관리를 촉구하면서 정면으로 대응했다. 안 후보는 윤안연대 표현에 대해서는 “적절하지 못하다면 그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라는 익명을 통해 특정 후보에 대해 ‘윤심이 있다 없다’라는 기사가 나오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달라”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이라는 정당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윤상현 후보도 이날 “대통령실도 더 이상 선거에 개입하면 안 된다. 의원들도 특정인을 지지하거나 배제하면 안 된다”며 “비대위와 선관위는 대통령실이나 정도를 넘어선 의원들에게 경고나 징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후보의 ‘선거 개입’ 주장에 윤 대통령은 다시 발끈했다. 윤 대통령은 이진복 정무수석을 이날 오후 국회로 보내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게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수석은 사실상 안 의원에 대한 경고에 나서라고 압박했다. 이 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의 ‘안윤 연대’ ‘윤핵관’ 표현을 비판하면서 “그 말(대통령실의 선거 개입)은 굉장히 잘못된 모순이다. 안 후보가 (대통령을 선거에) 먼저 끌어들였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대통령은 (당대표 선거) 표가 있다. 표가 있는 분은 한쪽으로 가는(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거야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도 “윤안 연대 표현은 매우 적절치 않다”며 대통령실의 비판에 가세했다. 김기현 후보은 안 의원을 겨냥해 “윤심팔이 하지 말자고 하면서 수시로 ‘윤심 호소인’ 역할을 했다”며 “저는 앞으로도 김기현 본인 상품으로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병수 의원은 “이건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짓”이라며 “대통령실 관계자라는 사람들이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다니 도대체 뭘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최재형 의원은 “대통령 주변 인사들까지 누구는 대통령이 지원하지 않는다, 누구와는 함께 갈 수 없다는 식의 발언을 쉽게 쏟아내는 것은 당에도 대통령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웅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교 꼴등 윤핵관이 1등 되는 법’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1등을 죽인다. 다음 1등을 죽인다. 다다음 1등을 죽인다” “시험을 치지 말고 담임보고 1등 정해달라고 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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