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실체도 없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한 말이 5일 전해졌다. 최근 참모들에게 “윤핵관은 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 쓸 말은 아니고,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고 욕보이려는 표현”이라고 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3·8 전대에서도 윤핵관을 공격하는 안철수 후보를 적으로 규정하며 직격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연합뉴스의 윤 대통령 발언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여당 전대에 직접 개입한 대통령도, 편파 시비를 불러올 대통령 발언을 흘린 대통령실도 모두 정도를 벗어났다.
윤 대통령은 안 후보가 ‘윤안연대’를 내세운 것에도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당대표 선거 캠페인에 대통령을 끌어들인 데 대해 “극히 비상식적 행태”이고 “도를 넘은 무례의 극치”라고 했다고 한다. 후보등록 첫날 안 후보 선대위원장인 김영우 전 의원을 국민통합위 위원에서 해촉하며 보여준 안 후보 비토 뜻을 더욱 직설적으로 표출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그간 관저에서 독대도 하고 “윤심은 내게 있다”고 한 김기현 후보나 윤핵관들의 말은 제동 걸지 않았다. 이 정도면, 윤 대통령이 친윤·비윤계를 편가르고 직접 ‘전대 링’에 올랐다고 봐도 무방하다.
윤핵관을 두고 ‘실체가 없다’는 대통령의 시각은 수긍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지도부보다도 사흘 앞서 관저에서 ‘윤핵관 4인방’(권성동·장제원·이철규·윤한홍) 부부와 비공개 만찬을 했다. 이후 윤핵관들은 3·8 전대 일정과 당심 100%로만 뽑는 전대 룰 개정을 이끌었다. 이준석 전 대표 징계·축출과 유승민·나경원 주저앉히기, 초선 50여명의 전례없는 전대 후보 비판 성명을 주도한 것도 그들이라는 사실은 세상이 다 안다. ‘윤심’이 실린 김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에게 뒤지자 윤핵관들은 이제 안 후보 공격의 선봉에 섰다. 윤 대통령 멘토를 자처한 신평 변호사는 “안철수가 당대표 되면 윤 대통령이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 당 지도부와 선관위는 이런 친윤계의 행태를 묵과하고 있다. 대통령부터 ‘심판’ 역할을 할 당 조직까지 기울어진 전대를 방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윤핵관 엄호는 온당치 않다. 대통령이 힘을 실어줄수록 윤심들의 위세는 커진다. 공정성을 잃은 전대는 잔치가 될 수 없다. 가뜩이나 이번 전대에서는 정책·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당대표가 뽑힌들 그가 제 역할을 할지, 또 국민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은 윤심 시비만 과열시킬 전대 개입을 자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