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무임승차 연령(만 65세)을 둘러싸고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선 서울교통공사 적자의 30%는 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이다. 또 전국 도시철도의 누적 적자는 24조원에 이른다. 지하철 공기업의 적자를 요금 인상이나 정부 재정으로 막는 데 한계가 있으니 무임승차 연령을 상향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게다가 노인 인구 증가로 지하철 무임승차 대상자는 매년 수십만명씩 증가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무임승차 대상을 70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65세 무임승차는 1981년에 제정된 노인복지법상 노인 연령 기준을 준용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 65세는 건강 상태도 좋고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노인복지법 제정 당시 66.1세이던 평균수명은 2020년 83.5세로 늘었다. 65세 이상 시민들에게 물은 결과 노인의 연령 기준은 72.5세라는 서울시의 통계조사도 있다. 그러나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은 그리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우선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십년간 제공해온 복지를 회수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또 65세는 전반적인 사회복지 혜택을 받는 시점이다. 지하철 무임승차 외에도 기초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노인일자리, 고령자 전세금 지원, 이동통신비 감면, 경로당, 각종 예방접종, 치과지원 등 24개 사업의 기준이 65세다. 노인 연령이 높아지면 이 모든 복지 혜택을 받는 시기가 미뤄지고 가난한 노인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진다.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20%를 넘고, 2054년 이후에는 한국의 노인인구 부양부담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0.8명의 합계출산율로는 생산가능인구 확보조차 불가능하다. 고령화 문제를 먼저 겪은 일본과 유럽 등은 이미 노인 연령 기준을 높이고 있다. 지하철 무임승차 논의를 계기로 노인 연령 기준에 관해 본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인 연령 기준을 높이고 정년을 연장해 국민연금 수령 시기 등을 늦추면 국민연금 재정 운용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기준을 단기간에 급격히 높이면 사회적 충격이 커진다.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법도 있다. 이제 우리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 정도로 높이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경우 65~69세 빈곤층을 위한 별도의 복지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