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꺼지는 ‘삼두’의 한숨…“남의 일 아냐” 꺼지지 않는 ‘은마’의 불안

류인하 기자

‘붕괴 위험’ 인천 삼두 1차아파트와 ‘GTX-C노선 관통’ 강남 은마아파트

인천 동구 송현동에 위치한 삼두1차아파트 단지 내에 직경 20cm의 싱크홀이 발생해 있다. 주민들은 2017년 ‘인천북항터널’이 생긴 뒤 아파트 붕괴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류인하 기자

인천 동구 송현동에 위치한 삼두1차아파트 단지 내에 직경 20cm의 싱크홀이 발생해 있다. 주민들은 2017년 ‘인천북항터널’이 생긴 뒤 아파트 붕괴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류인하 기자

인천 삼두 1차 아파트에선 무슨 일이?

2017년 인천북항터널 ‘배수로 펌프 고장 침수 사고’ 이후 175차례 말썽
건물 곳곳 내려앉고 갈라져…입주자들, 시공사와 6년째 ‘고독한 싸움’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인천김포고속도로)의 지하터널 인근 삼두아파트 주민들이 건물 붕괴 위험을 호소하고 있지만, 항소심 법원이 재감정의 필요성을 인정한 뒤에도 7개월째 감정인을 찾지 못해 주민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이 관통할 예정인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주민들도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 반복되는 침수 사고

2017년 3월23일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인천북항터널’이 개통되자 인천 송도에서 김포 한강신도시까지의 이동시간은 85분에서 25분으로 줄었다. 보령해저터널이 개통하기 전까지 국내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로 이름을 올렸던 북항터널은 총길이 5.46㎞로, 가운데 지점은 해수면으로부터 59m까지 내려간다.

바다를 관통하는 해저터널인 만큼 바닷물 또는 지하수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고, 터널 내 침수 사고를 막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터널 개통 4개월 만인 2017년 7월23일 첫번째 사고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북항터널 유지·보수를 위한 차량 통제는 175차례 이뤄졌으며, 이 중 61건이 배수로 문제였다. 지난해 11월19일에도 터널 내 도로가 침수되면서 차량통행이 1시간40분간 제한됐다. 역시 배수로 펌프 고장이 원인었다.

조기운 인천 삼두1차아파트 입주자대표는 “아파트 단지 밑에서 터널을 뚫기 위해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렸다가 매립토가 쏟아졌는데, 마감 처리를 제대로 못하고 공사를 재개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주민들은 침수 사고 원인이 당시 터널 바깥쪽에 설치해야 할 차수막을 시공업체가 제대로 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사람 사는 건물에 ‘위험 시설물’

삼두아파트 주민들은 단지 밑으로 북항터널이 들어선다는 것을 2015년 다이너마이트 폭파음과 진동을 느끼고 처음 알았다. 주민 A씨는 “지진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북항터널은 바다를 관통하는 해저터널이지만 육지와도 연결된다. 삼두1차아파트는 터널 9번과 10번 구간 42m 위에 있다.

평지였던 삼두1차아파트는 단지 바닥은 곳곳이 내려앉거나 갈라지면서 돌연 경사지가 됐다. 땅이 갈라지면서 단지 바닥은 가라앉는 중이다. 2015년 아파트 외벽 도색작업을 하며 페인트칠을 하지 않은 건물 아랫면이 7~8㎝ 이상 노출돼 있다. 지난 5년 새 땅이 7~8㎝ 내려앉았다는 얘기다. 지난해 10월에는 단지 한가운데에 지름 20㎝ 크기의 싱크홀이 생겼다.

며칠 전에는 아파트 복도 섀시가 건물 바깥쪽으로 밀려 떨어져 나가면서 소방차가 긴급 출동하기도 했다. 아파트 건물이 기울고 있다는 증거다. 2019년 4월 실시한 안전진단에서 아파트는 측정지점에 따라 최대 82㎝까지 기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울어진 방향은 2개 동 모두 터널이 지나가는 쪽이었다. 인천동구청은 지난달 관리사무소에 “단지 입구에 ‘구조안전 위험 시설물 알림’ 푯말을 세우라”는 공문을 보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위험하니 지나다니지 말라”는 표지판을 설치하라는 얘기다.

북항터널이 지나는 길에는 인천중앙장로교회도 있다. 김은상 장로는 “당시 목사님이 수요예배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쾅쾅’ 소리가 나니까 ‘이게 무슨 일이냐’며 설교를 멈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찾아간 교회의 철문은 천정이 내려앉으면서 구겨져 있었고, 벽면 곳곳에는 ‘시설물 안전관리센서’가 부착돼 있었다. 벽면의 갈라지는 폭을 측정하는 계측장치도 균열 면마다 설치돼 있었다. 교회는 최근 건물 재건축을 결정했다.

그러나 법원은 삼두1차아파트와 인천중앙장로교회에서 발생하는 붕괴 현상은 북항터널 공사와 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교회와 삼두아파트 입주민 164명이 2018년 11월29일 건설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은 2021년 12월22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감정평가사가 내린 감정평가서가 판단의 근거가 됐다. 삼두1차아파트에서 발생하는 균열은 아파트가 잘못 지어진 탓이고, 인천중앙장로교회 건물의 뒤틀림 현상은 교회가 부속건물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삼두 주민들의 재감정 신청을 받아들이며 사태는 새 국면을 맞았다. 다만 7개월째 재감정을 해줄 감정인을 찾지 못하고 있어 진척이 없는 상태다. 9명의 감정인에게 후보자선정통지서를 보냈지만 일부는 불능사유서를 제출했고, 일부는 후보취소요청서를 냈다.

은마아파트 주민들 “정말 괜찮을까?”

전문가 “탄천과 이격거리 400~500m 불과…다량의 지하수 유입 가능성”
“진동속도 전파 빠른 경암층에 건설, 저감효과 기대할 토사층 전무” 지적도

■ 은마아파트는 괜찮을까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단지 밑으로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이 관통할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1월23일 주민간담회에서 “GTX는 60m 이상 대심도 터널공사고, 은마아파트 구간은 발파방식이 아닌 첨단 기술력이 총동원되는 TBM공법으로 계획돼 있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안전하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면서 노선 우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GTX는 예정대로 은마아파트 지하를 관통할 가능성이 크다. GTX가 관통한다는 것만으로 삼두아파트처럼 집이 기울고 지반이 침하할 것이라고 단정지을 근거는 없다. 다만 북항터널도 GTX처럼 공식적으로는 ‘안전하게’ 지어진 지하터널이다.

이찬우 한국터널환경학회 회장은 최근 작성한 의견서에서 “은마아파트 하부 터널이 관통하는 지점과 인근 탄천과의 이격거리는 400∼500m 정도로 지반침하 선행조건인 지속적이고도 다량의 지하수 유입원이 존재한다”면서 “지형적으로도 지대가 낮아 지하수 흐름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GTX-C 터널은 진동속도 전파가 매우 빠른 경암층에 건설되고, 아파트 진동 전달과정에서 진동을 상당 부분 저감시킬 만한 토사층이 전혀 없다. 아파트는 GTX 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 영향을 항구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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