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이태원 희생자 유족들이 참사 100일을 맞아 지난 4일 서울광장에 마련한 합동분향소 철거에 나섰다. 서울시는 6일 오후 1시까지 ‘불법 점거물을 자진 철거하라’는 행정대집행 1차 계고장을 전날 유족에게 제시했다. 강제 집행은 하지 않았지만, 유가족 3명이 경찰과 충돌하다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서울시는 159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상급기관으로 용산구청을 지휘·감독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책임을 느끼고 유족의 상처를 보듬기는커녕 알량한 법 규정을 내세워 핍박하고 있다. 후안무치에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서울시가 이날 합동분향소를 당장 철거하지 않은 것도 유족을 배려한 결과가 아니다. 대집행을 할 경우에는 자진철거를 유도하는 계고장을 두 차례 이상 보내야 한다는 판례에 따른 조치일 뿐이다. ‘서울광장의 사용·관리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광장을 사용하려면 허가를 받는 게 먼저라는 입장이 바뀌지 않는 이상 철거는 시간문제다. 서울시는 안전을 이유로 분향소 설치를 불허한다지만, 참사 직후 서울광장 한쪽에서 정부의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운영됐던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없다. 정부의 공식 사과도,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비판이 커지는 것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는 서울광장 대신 사고 현장 근처인 녹사평역 지하 4층 공간에 분향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유족들에게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분향소 설치는 유족이 원하는 곳에 하는 게 맞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광장을 불허하려는 의도를 납득하기 어렵다. 서울시는 앞서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기억공간도 광장 공사를 이유로 2021년 서울시의회 앞으로 임시 이전했으나, 원래 장소를 다시 돌려주지 않은 바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책임자는 물러나고, 진상규명을 통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사회 전체가 유족들과 함께 애도하면서 상처를 푸는 게 옳다. 그런데 이런 상식적인 일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유족들이 차가운 길 위에 드러누워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다. 사회적 재난의 유족들을 주변부로 내모는 사회가 과연 얼마나 안전하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서울시의 이태원 희생자 분향소 철거는 폭거이다. 시민들은 광장에서 애도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