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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공정한가

입력 2023.02.07 03:00

수정 2023.02.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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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유역에 위치한 충청북도 옥천군에는 상수도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면적이 전체 면적의 83.8%나 된다. 이렇게 상수도보전지역으로 선정된 지역은 상수도 확보와 수질 개선을 위해 개발이 금지되어 주민들이 재산권을 마음대로 행사하지 못한다. 이를 규정한 법이 ‘금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다.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의아한 것은 주민의 권리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법이 보상이 아니라 주민지원이란 표현을 쓴다는 점이다. 이 법에서 보상이란 단어는 토지를 매수하는 경우에만 사용되고 일상적인 침해에 대한 보상은 지원으로 표현된다. 만약 서울에서 이런 재산권 침해가 일어났다면 보상이란 말이 반드시 등장했을 것이지만 강 주변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허용되지 않았다.

정부가 수질을 관리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주민들의 권리를 존중하며 서로 논의하며 동의를 구하는 건 어려웠을까? 더구나 금강수계법은 허가 없이 개발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엄한 벌칙까지 규정하고 있다. 시민의 권리를 제한하면서 보상보다 벌칙을 앞세우는 게 공정할까? 금강만이 아니라 낙동강, 영산강, 섬진강, 한강 모두 동일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지원이란 말을 쓰다 보니 마치 중앙정부가 시혜적으로 지역을 지원한다는 착각도 생긴다. 작년 말에는 여당 국회의원들이 여러 수계법들의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주된 내용은 지원에 사용되는 수계관리기금을 주민지원사업 외에 안정적인 물 공급이나 재해예방사업 등에 탄력적으로 쓰자는 것이었다. 주민에게 지원되는 돈이지만 수질개선사업으로 사용처를 제한하기에 제대로 된 보상이라 볼 수 없는데, 이제는 그 돈마저도 다른 쪽으로 쓸 수 있다는 의도였다(개정안 추진은 중단되었지만 재미있는 점은 이 개정안에서 한강수계법만 쏙 빠졌다는 점이다).

시민 권리 무시, 행정 편의만 좇는 법

정부가 시민의 권리를 제한하면서도 마음대로 보상하고 지원하겠다는 발상은 상수도보전지역만의 문제도 아니다.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도 원자력발전소나 각종 발전소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피해를 보상이 아니라 지원의 관점으로 접근한다. 주민들의 건강이나 재산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명백하지만 보상이란 말은 없다. 더구나 지원사업의 시행자는 주민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단체장이나 발전사업자라 정작 주민들은 사업을 계획하거나 결정할 권한이 없다. 피해는 주민들이 보는데 그것을 보상할 내용은 행정이나 기업이 결정한다. 이것이 공정할까?

그리고 피해를 보상해야 할 법이 지원이라는 표현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보상이라면 당사자 간의 협상이 필수적일 텐데 지원이니 그런 과정이 필요 없다. 지원금의 규모와 방식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이런 태도는 주민의 권리를 무시해온 공권력 남용의 역사와 손쉽게 사업을 추진하려는 행정편의주의 발상이 결합된 결과이다. 민주화 이후에도 이런 태도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더구나 지원금이 지자체의 예산으로 편입되다보니 행정과 친하거나 눈치 빠른 주민들이 아니면 이런 지원금이 있는지도 잘 모른다. 그러다보니 혜택이 전체 주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고 특정한 사람들에게 집중된다. 법의 대상이 되는 주민들도 정작 그 법의 취지나 사업비의 쓰임새를 잘 모르니 법의 정당성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보상은 안 되고 골프장은 되고

옥천군에서는 11년 전에 주민들이 반대해서 막았던 골프장과 골프텔을 짓는 사업이 작년부터 다시 추진되고 있다. 주민들은 피해를 감수하면서 생태계를 보존하고 지역공동체와의 공존을 고민하는데, 옥천군청은 사업신청을 막을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알량한 중립을 표방한다. 군청이 지자체 내 토지의 용도와 시설을 변경할 권한이 있음에도 기업 앞에서는 재산권을 침해할 수 없다고 한다.

물을 많이 사용하는 골프장은 수질과 토양을 오염시키고 산림을 훼손시킬 수밖에 없다.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위원 다수도 골프장 조성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군청의 태도는 모호하다. 주민의 재산권은 무시되고 기업의 재산권만 존중받는 세상에서 법은 정말 공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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