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출감된 뒤 검찰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전주환은 지난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내부 화장실에서 자신과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였던 역무원 A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직장 동료를 스토킹한 끝에 신당역에서 살해한 전주환(32)이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재판장 박정길)는 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장기간 원치 않은 연락으로 고통받던 피해자는 불과 28세 나이에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고, 사망에 이르기까지 겪었을 고통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했을 것”이라며 “피고인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아 수많은 사람에게 충격과 슬픔을 줬다”고 밝혔다.
이어 “스토킹 범행으로 형사재판을 받게 되자 잘못을 뉘우치긴커녕 반성문을 거듭 제출하면서 보복범죄를 저질렀다”면서 “범행의 중대성과 잔혹성에 비춰보면 죄책이 중하고, 스토킹범죄와 보복범죄를 예방할 필요성을 고려하면 엄중한 형으로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주거지를 찾아간 것은 스토킹 범행에 대한 합의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우울증으로 장기간 약물을 복용해온 영향이 있다’ 같은 전씨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진술에 비춰보면 처음부터 피해자를 찾아가 합의가 되지 않으면 살해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우울증 등 치료 과정의 부작용으로 범행에 이르렀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전씨의 재범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 결과가 나온 점, 유족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도 고려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만 31세 나이로 수형생활을 통해 스스로 깨닫고 자신의 문제점을 개선해나갈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며 “종전 유사 사건에 대한 판결의 선례, 앞서 스토킹범죄로 징역 9년을 선고받은 점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끝으로 “피고인은 평생 자숙하고 반성하며 사시길 바란다”며 “유족에겐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지난해 9월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자신이 스토킹하던 피해자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살해했다.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에 대해서는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피해자 측 대리인은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시간을 되돌릴 방법은 전혀 없다는 점에서 피해자 측에 온전한 피해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운 판결”이라며 “1심 판결이 선고됐지만 남은 재판이 있어 모든 재판이 끝난 후 다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이어 “사건 발생 후 많은 분이 신당역 여자화장실을 찾아주셨다. 그런 마음이 모여 추모공간이 생겨났고 수많은 포스트잇과 꽃이 채워줬다”며 “함께 슬퍼해주셔서 감사하다. 슬프지만 잊지 않고 항상 기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