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에서 세 명의 여성들이 파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는 긴급 구조대를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삶과 죽음은 종이 한장 차이였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대지진 피해 현장에서 구조와 수색 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극적으로 구조된 생존자와 안타깝게 숨진 희생자들의 사연이 교차하고 있다.
“여기 봐, 아빠도 있어”…아이는 콘크리트 잔해 아래서도 웃었다
시리아 북부 진데리스에서는 7일(현지시간) 5층 아파트 건물 잔해 속에서 갓 태어난 여자아이가 발견됐다. 이 아이는 지진이 발생한 지 10시간 만에 구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발견 당시 여아의 탯줄은 숨진 어머니와 이어진 상태였다. 구조 직후 인근에 있던 여성 이웃이 탯줄을 끊었다. 어머니는 잔해 속에서 출산 직후 숨진 것으로 보인다.
아이를 치료한 의사 하니 마루프는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 신생아의 등에 타박상이 있었고, 체온은 35도까지 떨어진 상태였다”며 “다행히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고 빠르게 건강을 회복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마루프는 아이 상태로 미루어 볼 때 구조되기 3시간 전에 잔해 속에서 태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지진 잔해 속에서 발견된 신생아가 시리아 알레포주 어린이 병원 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트위터에 올라온 구조 당시 영상을 보면, 폐허더미로 변한 건물을 헤치던 포크레인 뒤에서 한 남성이 갓 태어난 신생아를 안아 들고는 황급히 뛰어나온다. 잠시 후 다른 이가 아이를 덮어줄 용도로 보이는 모포를 던지는 모습도 보인다. 아이의 친척들은 이 신생아가 그의 가족 중에 유일하게 생존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어린 소녀가 동생과 함께 17시간이나 붕괴건물에 매몰돼 있다가 구조된 영상도 트위터를 통해 공개됐다. 영상에서 소녀는 구조팀에게 “꺼내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며 도움을 호소한다. 소녀는 아래쪽에 있는 어린 동생의 머리를 감싼 채 매몰된 후 17시간이나 버틴 것으로 전해졌다.
SNS 갈무리
튀르키예 남동부 카라만마라슈에서도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31시간 동안 갇혀있던 15개월 아기가 구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튀르키예 일간 데일리뉴스에 따르면, 구조대는 무너진 10층 건물의 잔해 아래에서 들리는 미세한 소리에 집중하며 구조 작업을 벌인 끝에 15개월의 메리엠 이식을 구출했다. 아기는 곧바로 구급차로 옮겨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시리아의 또 다른 도시에서도 ‘누르’라는 이름의 네살 난 소녀가 콘크리트더미 아래서 구출되는 영상이 민간구조대 ‘하얀 헬멧’을 통해 공개됐다. 구조대가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여기 봐봐. 아빠도 있어. 겁내지 마”라고 말하자, 돌무더기 아래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던 아이가 희미하게 미소를 짓는 모습이 보인다.
힘들게 구조한 아이는 주검으로 돌아오고…
하지만 생과 사가 교차하는 비극적인 순간도 이어졌다. 미국 CNN 방송은 이날 알레포 지역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영상을 보면 한 남성이 외투에 싸인 갓난아기의 시신을 들고 잔해 속에서 걸어 나와 아이의 아버지에게 건네준다. 아버지는 아기의 주검을 품에 안아 들자마자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이내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주변 사람들이 그를 포옹하며 위로하려고 하지만,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아이의 온기를 느껴보려는 듯 연신 얼굴에 입을 맞추며 흐느낌을 멈추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튀르키예 남동부 카라만마라슈에서 메수트 한제르가 지진으로 무너진 아파트 잔해에 깔린 15살 숨진 딸의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에서는 지진으로 무너진 잔해에 깔려 목숨을 잃은 딸의 손을 놓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공개돼 세계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메수트 한제르는 폐허 더미 곁에 주저 앉아 손만 겨우 빠져나온 딸의 시신을 꼭 붙잡고 있었다. 구조대는 잔해 속에서 이르마크의 시신을 빼내려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주민들은 구조대가 좀 더 일찍 왔다면 이들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원망하기도 했다. 카라만마라슈주 누르다기 마을의 한 주민은 “제 여동생에게는 4명의 자녀와 시누이, 인척, 조카가 있었다”면서 “그들 모두가 사라졌다”고 흐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