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연금개혁 논의 방향을 모수개혁을 미루고 구조개혁부터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연금제도의 ‘모수’(母數·parameter)란 보험료율, 개시연령 등 연금제도와 관련된 주요 변수들을 가리킨다. 국민연금 모수개혁이라고 하면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의무가입연령, 수급개시 연령 등을 조정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는 지난달 3일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의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말까지 국민연금 개혁 초안을 마련하겠다는 일정도 제시했다. ‘모수개혁’으로 논의의 큰 틀을 잡은 것이다.
민간자문위는 미래세대 부담을 덜기 위해 국민연금 재정수지 균형을 맞추는 개혁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직역연금 등의 재정화 방안, 퇴직연금 제도 개선 방안, 기초연금 인상 추진에 따른 국민연금과의 연계성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조개혁’도 같이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구조개혁은 연금제도의 틀 전체를 바꾸는 논의다. 한국은 노인빈곤율이 높은 상황에서 초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있다. 재정수지 불균형, 복지 사각지대 등으로 국민연금만 가지고는 노후빈곤 문제를 해결 수 없다.
국내 연금 구조개혁 논의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으로 기본 소득을 보장하고 현재 일시금으로 받아 가는 퇴직연금을 연금화해서 소득계층별로 다층화된 연금체계를 짜는 것이 핵심이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을 논의하는 것도 구조개혁 중 하나다. 공무원연금·군인연금은 이미 기금이 소진돼 국고지원으로 유지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은 함께 논의돼야 하지만 구조개혁은 논의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세부 쟁점을 조정하는 일이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소득하위 70% 계층까지 월 최대 32만3180원을 받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월 40만원까지 인상을 공약했다. 조세로 부담하는 기초연금의 지급액 및 지급대상 범위,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와 국민연금과의 연계를 어떻게 할지 등은 논의 대상이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준공적 영역에 있는 퇴직연금은 현재 일시금으로 받아 가는 비중이 높다. 이를 연금화해서 노후소득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노인 기준 연령 상향 여부, 정년 연장 논의도 해야 한다. 직역연금은 국민연금과 보험료율 등 설계가 다르고 당사자 반발이 예상돼 단기간에 통합안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그동안 전체 연금체계의 틀을 살펴보지는 않고 일부분에 해당하는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같은 모수개혁 내용만 다뤄온 것을 고려하면, 구조개혁을 먼저 한다는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다고 본다”며 “하지만 장기적인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충분한 여론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고 총선 등 정치적 일정에 영향받지 않고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