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실화해위의 납북 어부 인권침해 인정, 신속히 보상해야

해상 조업 중 납북당했다 돌아온 뒤 불법구금·가혹행위를 당하고 반공법 처벌까지 받은 어부들이 반세기 만에 억울함을 풀게 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1960년대 대양호 등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9일 내리면서 “재심을 비롯한 실질적 조치와 국가의 사과와 함께 피해와 명예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약 3600명으로 추산되는 납북 어부의 인권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의 출발점이다. 어부들과 그 가족들의 피해 회복은 당연하며 정부는 신속히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진실화해위 직권조사에서 드러난 어부들의 인권 피해는 처참했다. 1968년 10~11월 대양호 등 23척의 선원 150명은 동해 남한 해역에서 정상적으로 조업하던 중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북됐다. 이듬해 5월 귀환한 이들을 맞이한 것은 가족이 아닌 수사기관이었다. 영장도 없이 구금된 이들은 북한으로부터 월선 및 간첩 지령을 받았다는 허위자백을 강요받으며 고문당했다. 이후 신체적 후유증과 간첩이라는 오명, 장기간에 걸친 감시와 사찰에 시달렸다. 배우자와 자녀도 취업·주거이전에 제한을 받으면서 가정이 풍비박산 나고, 친·인척들까지 연좌제 피해를 입었다. 국가가 어부를 보호하지 못한 것에 미안해하기는커녕 공안몰이의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심지어 이들을 취조한 경찰관들에게 보로금(報勞金)까지 지급했다. 이런 사례는 거의 모든 납북 어부에서 확인된다.

하지만 납북 귀환 어부들 중 누명을 벗은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졸지에 간첩으로 전락한 피해자들은 전면에 나서 피해를 호소하지 못했다. 생계를 유지하기도 벅찬 처지라 재심에 필요한 수사자료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았다. 진실화해위는 이번 사건을 시작으로 향후 납북 귀환 어부 사건의 진실규명과 직권조사를 확대한다고 한다.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들이 구제받을 수 있도록 적극 조치해야 한다.

진실화해위는 이날 정부에 재심을 통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할 것 등을 권고했다. 군사독재 시절 어민들을 상대로 자행됐던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바로잡고 보상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다. 피해자들이 고령과 빈곤 때문에 명예 회복을 포기할 수도 있으니 당국이 나서 재심 등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과거의 잘못을 적극 인정하는 데서 국가에 대한 피해자들의 신뢰는 다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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