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들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10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사 권오수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시세조종에 가담한 주가조작 ‘선수’와 투자사 대표 등 5명에게도 1~2년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떨어졌다. 2009년 범죄가 벌어진 지 13년 만에, 2021년 12월 검찰이 늑장 기소한 지 1년2개월 만에 첫 단죄가 이뤄졌다.
재판부는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3년간 도이치모터스 주식의 물량·가격 등을 사전에 담합한 통정·가장거래 101건, 현실거래 3083건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성공하지 못한 시세조종으로 평가된다”며 집행유예·벌금형을 내렸다. 시세조종의 동기와 목적이 있었지만, 5단계의 범행 시점마다 주포·수법이 다르거나 실제 수익은 크지 않았다고 한 것이다. 3년간의 주가조작 의심 행위를 하나의 범죄로 묶는 포괄일죄도 인정하지 않고, 권 전 회장의 공범들이 처음 기소된 날로부터 10년이 지난 2010년 10월21일 이전의 일은 죄를 묻지 않았다. 조직적으로 주가조작 범죄를 저질렀으나 수익이 크지 않다고 솜방망이 처벌을 한 셈이다.
재판부는 김건희 여사가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한 수사도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것으로 봤다. 법무부가 국회의원들에게 제출한 범죄일람표를 보면, 김 여사는 2010년 10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5개의 익명 계좌로 주식을 사고팔았다. 재판부가 공소시효(10년)가 지났다고 면소 판정한 시점 뒤의 일이다. 검찰은 이 시기 125만여 주식(40억원) 거래에서 284차례 시세조종이 있고, 통정거래 대상자엔 모친 최은순씨도 있다고 봤다. 앞서 재판에서는 김 여사가 주식 매수를 직접 주문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나오고, 작전업체 컴퓨터에서 나온 ‘김건희’라는 엑셀파일도 공개됐다. 김 여사가 단순한 전주 이상으로 개입한 의혹을 수사할 공소시효가 남았다는 것이다.
이 주가조작 수사는 2020년 10월 당시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를 한 뒤에야 본격화됐다. 그 후에도 주가조작 선수의 장기도주로 수사·기소가 지체됐고, 김 여사는 지금껏 한 차례의 소환·조사도 받지 않았다.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살폈다는 의심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자본시장의 공정과 상식을 깬 범죄 수사에는 성역이 없어야 한다. 검찰은 김 여사를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 그래도 검찰이 계속 미적거리면 국회에 발의된 특검으로 국민적 의혹을 풀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