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10일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점을 재산정한 결과, 당초 2031년으로 예상됐던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의 저장시설 포화 시점이 2030년으로 1년 빨라질 것으로 계산됐다. 경북 울진군 한울원전은 2032년에서 2031년으로, 경주시 신월성원전도 2044년에서 2042년으로 앞당겨졌다. 당장 7년 뒤부터 사용후핵연료를 담아두는 습식저장시설 포화가 시작돼 원전 가동이 중단된다는 것이다.
저장시설 포화 시점이 이처럼 당겨진 근본 원인은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에너지 시장 안정과 탄소 감축을 명분 삼아 원전 가동을 늘리기로 했다. 2036년 이전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원전 12기를 계속 운전하는 한편, 신한울 3·4호기를 새로 준공하기로 한 것 등이 반영되면서 포화 시점이 당겨졌다. 가동 원전이 늘어나니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이 기존 산정 수치 대비 15만9000다발 추가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결국 이는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정책이 수립될 때 예견된 결과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대한 실효적인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확보 논의가 겉돌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7일 부산 고리원전 부지 안에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하겠다고 의결했는데,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 시설이 고준위 방폐물을 임시로 저장하는 곳이 아니라 자칫 영구처분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건설도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7년이 필요하다. 따라서 올해 착공하지 못하면 포화 시기에 맞추지 못한다. 원전 외부에 지어야 할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 확보는 더욱 요원하다.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은 2009년 이후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정부 당국은 무엇을 한 것인가.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은 외국에서도 40~50년간 결론내지 못하는 난제 중 난제이다.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특별법으로 풀겠다며 떠넘기고 있는데 특별법안은 이제 겨우 공청회를 마친 상태다. 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원전 확대, 원전 수출을 꿈꾸는 것은 모순이다.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그에 앞서 미래세대에게 핵쓰레기 부담을 주는 원전을 무턱대고 늘리겠다는 정책부터 재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