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연루 의혹 증폭

묵묵부답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1차 작전 때 전주에겐 “시효 소멸”
김 여사 의혹, 2차 작전 때도 해당
핵심 공범·단순 전주 여부 쟁점
법원이 1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에서 “위법한 시세조종이 있었다”며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에 대한 규명 요구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가 단순한 ‘전주(錢主)’인지, ‘핵심 공범’으로 가담했는지 따져보려면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은 김 여사 계좌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활용된 것인지, 아니면 김 여사가 시세조종에 적극 개입했는지에서 시작된다. 김 여사 관련 정황은 2010년 전후에 집중돼 있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10년인데 과연 공소시효가 지났는지가 주요한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2010년 10월21일부터 2012년 12월7일까지의 범죄행위(소위 2차 작전)는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이 시기 여러 시세조종 행위는 포괄일죄(여러 개 범행을 1개의 죄로 구성하는 것)라고 했다. 재판부 판단에 따르면 2010년 10월21일 이전에 이뤄진 김 여사 계좌의 주식 매매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볼 수 있지만, 2010년 10월21일 이후의 행위는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것이다.

2010년 10월21일 이후 김 여사 계좌가 활용되거나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은 재판에서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다. 대표적으로 검찰은 2차 작전을 주도한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직원 컴퓨터에서 ‘김건희’라는 이름의 엑셀 파일을 확보했는데, 이 파일이 작성된 시기가 2011년 1월이다.이 시기에도 김 여사 계좌를 통해 주가조작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블랙펄인베스트먼트는 이날 재판부가 “(2차 작전의) 컨트롤타워로 기능했다”고 한 곳이다. ‘주포’ 김모씨가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임원 민모씨에게 김 여사 계좌 매도 관련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보낸 날짜도 재판부가 공소시효가 남아있다고 본 2010년 11월1일이다. 김씨가 민씨에게 “3300원에 8만개 매도하라고 하셈”이라는 문자를 보내자 7초 뒤 김 여사 계좌에서 8만주가 쏟아졌다.
재판 과정에서는 권 전 회장이 윤 대통령 장모인 최은순씨 계좌를 직접 운용했다거나, 권 전 회장 지시를 받아 최씨 계좌를 운용한 적이 있다는 도이치모터스 직원의 증언이 나온 적도 있다. 관련한 김 여사와 최씨 계좌의 주식 거래가 이뤄진 때도 2010년 11월3일로 검찰은 특정했다. 이날 판결에서 재판부가 권 전 회장이 시세조종 행위를 주도하고 직접 참여했다고 판단한 만큼 김 여사 의지에 따라 계좌가 주가조작에 활용된 것인지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전주’인 손모씨에 대해 “큰손 투자자 혹은 이른바 전주에 해당할지언정 피고인들과 공모해 시세조종 행위에 가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한 것은 김 여사에게 유리한 대목이다. 김 여사가 권 전 회장과 알고 지낸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손씨와 다르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권 전 회장을 2021년 12월 기소했지만 김 여사 의혹에 대해선 현재까지 아무런 수사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전날 “아직 결론을 내릴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