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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이기려다 제트기 물어줘야 했던 펩시 썰 푼다 〈펩시, 내 제트기 내놔〉 #shorts #오마주
1990년대 미국에서는 ‘콜라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려는 코카콜라와 그의 뒤를 좇는 펩시 간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2인자에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법입니다. 광고는 펩시의 가장 큰 무기였죠. 마이클 잭슨, 신디 크로포드 등 당대 최고의 스타를 모델로 기용했습니다. 상표를 가린 두 회사의 콜라를 마시게 한 뒤 나은 쪽(당연히 펩시)을 고르게 하는 블라인드 테스트 광고도 이 시기 등장했습니다.
펩시의 전략은 ‘펩시 세대’ 만들기로 요약됩니다. 펩시를 많이 마시도록 하고 이 맛에 길들여진 세대를 만드는 것. 이 전략 하에 나온 것이 ‘포인트’ 마케팅입니다. 펩시를 사면 일정 포인트를 주고 이를 모아 선물로 바꿀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선글라스, 티셔츠와 같이 주로 1020세대가 좋아할 할 만한 아이템들이었죠. 펩시는 TV 광고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습니다. 모자는 60점, 가죽 재킷은 1200점이 매겨진 가운데 광고 말미 ‘7,000,000’이라는 숫자와 함께 제트기가 등장합니다. 약 3000만 달러짜리 제트기를 타고 등교한 남학생은 웃으며 “스쿨버스보다 나은 걸!”이라고 외칩니다.
1995년의 어느 날 시애틀에 사는 20살 대학생 존 레너드는 우연히 이 광고를 보았습니다. 꿈도 포부도 큰 청년 존의 눈이 광고 속 제트기를 본 순간 반짝입니다. “저 제트기를 갖고 말겠어!”
넷플릭스 <펩시, 내 제트기 내놔!>는 이 광고로부터 비롯된 한 사건을 다룬 4부작 다큐멘터리입니다. 1990년대 중후반 미 전역을 떠들석하게 만든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 말이지요.
여기까지 읽고 나면 여러분의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겁니다. ‘저 광고를 믿어? 누가 봐도 농담이잖아!’ ‘아무리 그래도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존은 명백히 후자였습니다. 진지하고 성실한 데다 성공에 대한 열망까지 컸던 존에게 제트기는 일생일대의 기회였습니다. 문제는 700만 점이라는 점수였죠. 100년 동안 매일 190병씩 콜라를 마셔야 만들 수 있는 점수였거든요. 보통 사람이라면 엄두도 내지 않을 점수지만 존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존은 등산 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하다 가까워진 사업가이자 백만장자인 토드 호프먼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호프먼은 사업가답게 철저한 계획을 요구하고, 성실한 존은 사업 계획을 세웁니다. ‘어떻게 700만 점을 모을 것인가’라는 아주 기본적인 질문부터 ‘제트기를 민간인이 소유할 수 있는가’, ‘제트기를 받아서 무엇에 쓸 것인가’, ‘누군가 먼저 700만 점을 모아 제트기를 받아버릴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등 보다 복잡한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만들죠.
허점은 예상치 못한 곳에 있었습니다. 콜라를 직접 사지 않더라도 10센트를 내면 1포인트를 적립해준다는 펩시의 광고 문구를 우연히 발견한 것입니다. ‘유레카’를 외친 존은 호프먼에게 투자금 70만 달러를 받아 단번에 700만 점을 달성하고 맙니다.
펩시가 순순히 제트기를 내주었다면 이 다큐멘터리는 탄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여러분의 예상대로 펩시는 “그 광고는 농담이었다”며 거절합니다. 대신 1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제시하지만 존은 거절합니다. 그는 자신이 제트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결국 제트기를 위한 존의 싸움은 법정으로, 여론전으로 그 장소를 옮겨가며 수 년간 이어집니다.
다큐멘터리는 존과 조력자인 호프먼, 그들의 가족을 비롯해 펩시의 관계자들, 해당 광고를 만든 광고대행사 직원, 양측을 대리한 변호인들 등 관련 인물들을 인터뷰하며 당시 상황을 재구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현재는 다른 이유로 유명해진 한 인물이 이 사건의 주요 관계자라는 사실도, 펩시가 1위 자리를 위해 그간 수 차례 무리수를 두었다는 사실도 드러납니다. 그저 단순하게만 보이는 사건 뒤에 다양한 뒷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법정 다툼이 주된 소재이지만 분위기는 4부 내내 경쾌합니다. 주인공 존을 포함한 등장 인물들은 하나같이 유머러스한 태도로 과거를 회상합니다. 이때 C&C 뮤직 팩토리의 ‘고나 메이크 유 스웻’ 같은 1990년대 히트곡이 흘러나옵니다. 이런 요소들이 모여 그 시절의 활기를 재현한다는 인상입니다.
평범한(?) 청년 존은 과연 글로벌 기업 펩시와의 대결에서 이겼을까요? 그가 사이다, 아니 콜라 같은 시원한 결말을 맞았는지는 다큐를 통해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다만 밝힐 수 있는 한 가지는, 존의 삶이 이후 많이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물론 좋은 쪽으로요.
그 시절 플레이리스트 지수 ★★★★ 1990년대 히트곡으로 재현한 그 시절의 활기
사이다, 아니 콜라 지수(?) ★★★ 톡 쏘긴 한다.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