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이 물가정책이고 민생정책이다

정부와 농협이 한우 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한우 20% 할인행사를 연다고 발표한 12일 서울 용산구 농협하나로마트 용산점에서 시민들이 진열된 한우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농협이 한우 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한우 20% 할인행사를 연다고 발표한 12일 서울 용산구 농협하나로마트 용산점에서 시민들이 진열된 한우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한우 도매 가격이 폭락했지만 소비자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한우 경매가(암소 50개월령 700㎏ 기준)는 지난해 1월 700만∼800만원에서 올해 400만∼500만원으로 떨어졌다. 설 성수기였는데도 지난달 1~19일 한우 도매 가격은 1년 전보다 20% 넘게 하락했다. 그러나 대형마트나 정육점의 한우 소매가는 여전히 비싸다. 그만큼 중간 유통 마진이 늘었다는 뜻이다. 올해 한우 사육은 358만마리로 역대 최대이고 도축물량은 지난해보다 8만마리 늘었다. 공급 증가로 한우 가격은 앞으로도 약세가 예상되지만 지금처럼 도·소매 가격 차가 벌어지면 축산 농가와 소비자 모두 손해를 입는다. 비싼 한우 가격 때문에 수입 쇠고기 소비가 늘면서 국내 쇠고기시장에서 외국산 점유율은 70%에 육박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12일 한우 소비자 가격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한우 도매 가격을 1주 단위로 반영해 권장 소비자 가격을 공시하고, 지금보다 20% 낮은 값에 한우를 판매하기로 했다. 가공업체와 도매상 등이 한우를 얼마에 공급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축산물 납품가격 신고제 도입도 추진한다. 가격 정보를 공개하고 업체 간 경쟁을 유도하면 대형마트 등의 한우값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우 소비가 늘면 도매 가격 하락세가 진정돼 축산 농가의 시름도 덜 수 있다.

고물가 상황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같은 거시정책도 필요하지만 쇠고기값 유통 마진 축소처럼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미시적 정책도 중요하다. 한우는 그나마 가격 예측과 조절이 가능하지만, 일반 농축산물은 가격 변동이 매우 심하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다보니 공산품처럼 바로바로 공급할 수도 없고, 곡물을 제외하면 창고에 마냥 쌓아두기도 어렵다. 대부분 생필품이라 공급이 조금만 부족해도 가격이 폭등한다. 품목별 수급 동향을 사전에 면밀히 체크해 매점매석을 막고,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수밖에 없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1%로 24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1월 전기·가스·수도요금은 전년 대비 28.3% 급등했다. 지하철·버스 등 주요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고, 10년 넘게 동결된 대학 등록금도 꿈틀거리는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의 무게추를 ‘경기 대응’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지만, 물가가 불안한 상황에선 기준금리 인하나 긴축 기조 완화를 결행하기 어렵다. 올해 한국 경제의 성패는 물가안정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물가·고금리 속에서 재화나 서비스를 합리적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최고의 민생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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