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예람 중사 순직 인정, 군인권 제도적 개선 이어져야

공군 성폭력 피해자인 고 이예람 중사에 대해 지난 9일 공군본부 보통전공사상 심사위원회가 순직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사가 2021년 5월 극단적 선택을 한 지 약 1년8개월 만이다. 지난달 군검찰이 공군에 이 중사의 결정적 사망 원인이 2021년 3월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장모 중사에게 당한 강제추행 피해와 뒤이은 2차 가해라고 변사사건 종결서를 보내면서 이번 결정으로 이어졌다. “조직이 나를 버렸다”는 유서를 남겼던 이 중사는 군이 잘못을 인정하면서 마침내 명예를 회복하고 국립묘지에 묻힐 수 있게 됐다. 군인권 개선을 향한 의미있는 이정표로 평가한다.

물론 갈 길의 종점은 아니다. 이 중사 사망 사건 진상규명에 앞장서온 이 중사 아버지는 책임자 처벌이 끝나기 전에는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냉동고에 안치된 딸의 장례식을 치를 수 없다고 말한다. 그의 사망 1년 만에 특검이 출범해 군 수사에서 불기소 처분됐던 성폭력 가해자와 신고를 막은 군 간부들의 실형 선고를 끌어냈지만, 사망 사건 수사 지휘를 부실하게 한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준장)에 대한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 중사 가족의 투쟁은 군의 폐쇄적인 상명하복 체제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면죄부를 주면서 피라미드 하위 구성원이 겪는 피해와 고통을 당연시해온 인권의식 부재를 바로잡기 위한 여정이다. 국방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까지 5년간 군 사망사고자 69.4%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였는데, 군은 죽음의 책임을 종종 구조가 아닌 개인에게 돌려왔다. 이 중사의 경우도 군에서 당초 ‘부부간 문제’가 극단적 선택의 이유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하기도 했다.

지난달 유엔 인권이사회 회원국들은 한국 정부를 향해 군대 내 성폭력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폭력적인 문화에서 성은 폭력의 도구가 되기에, 이는 군 장병의 포괄적 인권이 충분히 보장받고 있느냐는 질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부터 군대 내 성범죄나 사망사건은 민간 법원에서 판단하도록 군사법원법이 개정되고, 도입 논의 16년 만에 군인권보호관이 설치됐다. 하지만 두 제도 모두 군의 협조 없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군인들도 여전히 많다고 한다. 군이 구성원의 인권을 존중할 때 위기상황에서 시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강군의 존재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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