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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욕하는 날

입력 2023.02.13 03:00

수정 2023.02.1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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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넛마을에 돈 많은 60대 영감이 20대 베트남 아가씨를 데리고 산대. 애도 둘이나 낳았대. 사랑하면 나이가 그리 중요한 건 아니잖아. 사랑하고 혼인해서 아기를 낳고 행복하게 살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건 그려. 그런데 말이야. 그 영감이 맨날 술 마시고는 잔소리에 폭력까지 휘두른대.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모였다 하면 욕을 한대.

서정홍 농부 시인

서정홍 농부 시인

아이고, 저런 놈은 쫄딱 망해야 해. 돈이 없으면 죄도 적게 지을 거잖아. 못된 인간이 돈까지 많으니까 짐승보다 못한 짓을 하지. 아이고, 그 집 어린것들만 불쌍하다. 세상에서 자식 농사가 가장 큰 농사잖아. 세상 어디로 가나 돈 많고 비열한 인간은 겁날 게 있겠나? 겁날 게 없으니 사람이 ‘하늘’로 보일 리가 없지. 사람을 함부로 짓밟고 음식도 함부로 먹고 마시고 물건도 막 쓰고 버리지. 맞는 말이구먼. 돈이 없으면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지. 그러니까 결국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도 잘사는 나라, 돈 많은 인간들이 일으키는 거잖아.

이야기가 너무 멀리 왔어. 아무튼 저런 독한 영감은 왜 병도 잘 안 걸리는지 몰라. 틈만 나면 서울까지 올라가서 유명한 병원 의사 찾아가 종합검진을 한대나 어쩐대나. 사람이 한두 군데 아파야 조금이라도 겸손해지지. 얼마나 거만한지 어깨가 나무토막처럼 뻣뻣해. 어깨 힘들어 가면 인간되기 틀렸어야. 귀신도 눈이 멀었지. 저런 독한 인간을 얼른 데려가지 않고. 이 사람아, 자꾸 욕하지 말게. 욕 얻어먹는 인간이 더 오래 산다고 하잖아. 욕 얻어먹고 오래 산 전직 대통령이 한둘인가. 그럼 욕하지 않고 칭찬을 해야 하나. 그건 아니지만….

그 영감만 그런 게 아니라네. 오늘 낮에 우리 아들 녀석이 그러는데 예수님 이름 거들먹거리며 밥 먹고 사는 성직자들도 ‘농촌 사목’을 아무도 안 하려고 해서, 제비뽑기해서 억지로 한 사람 뽑았다더군. 먹고사는 일이 가장 소중한 줄 알면서도 입만 살아서 농촌과 자연환경을 살려야 한다고 떠벌리는 게지. 힘들고 돈 안 되는 일은 성직자고 뭣이고 다 싫어한대. 쓸쓸하구먼,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사는 인간들을 보면.

아무튼 돈이 고루고루 돌고 돌아야 집안이고 세상이고 모두모두 편안하지. 돈이 잘 돌지 않으면 사람이 돈다고 하잖아. 우리나라도 돈이 정직하게 고루고루 잘 돌아가기만 하면 집 없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지 않을까? 집이 있어야 청년들이 사랑을 하고 혼인을 하고 아기를 낳고 키울 수 있잖아. 청년이든 어르신이든 하루 일을 마치고 나면 누구나 편히 쉴 수 있는 집이 있어야지. 그래야 그다음 날, 다시 일을 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인간의 탈을 쓰고 어찌 집이나 땅을 투기목적으로 사고팔 수 있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구먼.

신문기사나 뉴스에 나오는 권력과 탐욕에 빠진 인간들의 얼굴을 보라고. 돈을 벌 수 있다면 못할 짓이 없는 얼굴, 속이 메스꺼워 차마 두 눈 뜨고는 볼 수가 없어. 그게 어디 인간의 얼굴인가. 그러니까 우리 부자들, 너무 부러워하지 말자고. 부자가 되려면 어찌 살아야 하는지 우리 모두 다 알잖아. 돈에 질질 끌려 다니다 인생을 마감하겠지. 살아도 사는 게 아니잖아. 어쩌다가 이야기가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구먼. 어쨌거나 주저리주저리 욕을 늘어놓으면서도 대책이 없는 우리도 참 딱하지, 딱해. 그래도 욕이라도 같이하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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