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작업 ‘막바지’
생존자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 초점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6일째인 11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주의 안타키아 지진 피해지역이 처참하게 붕괴돼 있다. 안타키아(튀르키예)|문재원 기자
14일(현지시간) 사흘만에 다시 찾은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주 안타키아의 분위기는 이전과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매몰자가 혹시라도 낼지 모를 희미한 소리에 귀 기울이며 조심스레 잔해 제거 작업을 펼치는 모습보다, 포크레인 등 중장비가 철골과 콘크리트를 들어내며 건물 철거 작업을 벌이는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헤집어진 건물 사이로 노란색·검은색 가방에 담긴 시신이 놓여 있었다. 사실상 구조작업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고 철거와 시신 수습 단계로 넘어간 모양새였다.
7.8 규모 강진이 덮친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희생자가 벌써 3만7000명을 넘어섰다. 지진 발생 후 8일이 지나면서 무너진 건물 잔해 아래 매몰된 사람들의 생존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구조 작업을 종료하는 지역은 늘어나고 있고, 매몰자 구출보다 생존자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이날 푸앗 옥타이 튀르키예 부통령은 “하타이, 카라만마라슈, 아디야만에서 매몰자 구조작업이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이를 토대로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본 튀르키예 10개 주 가운데 이를 제외한 나머지 7개 주에선 구조작업이 이미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직 구조작업을 진행 중인 3개 주 역시 조만간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술레이만 소일루 튀르키예 내무장관은 “카라만마라슈 내 7개 지역에 대한 구조 작업을 중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구조대원들이 “소리 없음”이라는 표지판을 설치해 놓은 매몰 현장도 늘어나고 있다고 튀르키예 현지 방송사인 하버투르크가 보도했다. AP통신은 남부 아디야만에서 붕괴 건물 앞에 전문가의 수색이 종료됐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되고 있다고 전했다. 안타키아에서도 주민들이 가족의 생환을 포기한 채 시신이 수습되면 알려달라며 잔해 근처에 연락처를 적어둔 팻말이 눈에 띄었다.
튀르키예 남동부 안타키아의 폐허에서 13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시신을 수습할 경우를 대비해 연락처가 적힌 문자를 쓰고 있다. AP연합뉴스
폴란드에서 급파한 구조대 일부는 생존자 구조가 더 이상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 따라 오는 15일 튀르키예에서 철수할 것이라 발표해 앞으로 수색 작업은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반군이 통제하는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서도 곧 생존자 수색작업이 종료될 것이라고 민간구조대 ‘화이트 헬멧’이 이날 밝혔다. 화이트 헬멧의 라에드 알 살레 구조대원은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모든 상황이 더이상 생존자가 없음을 알려주고 있다”면서도 “(수색 중단 전) 최종 확인을 하고 있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에두아르도 레이노소 앙굴로 멕시코국립자치대 공학연구소 교수는 AP통신에 현시점에서 생존자가 존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그는 “잔해에 갇힌 사람은 5일이 지나면 생존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지고, 예외는 있지만 9일 후에는 0%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알렉산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도 “잔해에서 살아 있는 사람을 구해낼 기회는 거의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튀르키예 정부와 유엔 등은 매몰자 구조에서 생존자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으로 초점을 옮겨가고 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차장은 “구조 작업이 끝나가고 있다”며 “이제 생존자들을 위한 쉼터, 심리적 돌봄, 음식, 교육, 피난처 등을 긴급하게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급선무”라고 밝혔다.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9일째인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 안타키아의 지진 피해지역에서 천막을 쳐서 만든 임시 화장실이 보인다. 안타키아(튀르키예)|문재원 기자
현재 지진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영하의 추위 속에서 식량·물·의료품·텐트 부족, 열악한 위생 상태 등으로 인한 ‘2차 재난’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튀르키예의 밤 기온은 영하 6도까지 내려갔고, 추가 여진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튀르키예의 한 생존자는 “생존자들을 위한 텐트가 충분하지 않아 여러 가족들이 텐트를 공유하고 있다”며 “우리는 둘, 셋, 심지어 네 가족과 함께 진흙 속에서 잠을 잔다”고 말했다.
카라만마라슈의 피난 텐트에서 지내고 있는 타토글루는 “6살짜리 막내가 여진에 충격을 받아 계속해서 ‘아빠, 우리 죽을 건가요?’라고 묻는다”고 전했다.
위생 상황도 심각한 수준이다. 구조대와 생존자들을 위한 임시 화장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고, 지진 피해 지역 곳곳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튀르키예 남부 아디야만에서는 성인들에게 전염성이 무척 강한 피부병인 ‘옴’이 발병했고, 어린이들은 설사에 시달리고 있다.
소일루 튀르키예 내무장관은 “여기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있고, 그들 모두 먹을 것이 필요하다”며 “여러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