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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구호 물품 모인 물류센터엔···박스마다 쌓이는 마음들

입력 2023.02.14 16:49

튀르키예 자원봉사자들이 14일 인천 중구의 한 물류센터에서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튀르키예 지진 구호 물품을 옮기고 있다. 권도현 기자

튀르키예 자원봉사자들이 14일 인천 중구의 한 물류센터에서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튀르키예 지진 구호 물품을 옮기고 있다. 권도현 기자

14일 낮 12시30분쯤, 인천 중구의 한 물류센터. 아이셰 쿠베트(26)가 Aid Material/Türkiye(구호물품/튀르키예)라고 적힌 상자들 사이를 바쁘게 돌아다녔다. 튀르키예인인 그는 고국에서 발생한 지진 이후 전국 각지에서 구호물품이 모이는 이곳에서 이틀째 자원봉사 중이다. 이날 15명의 튀르키예인들은 박스를 트럭에서 내리고 물건을 분류하느라 분주했다. “집에 있으면 마음이 계속 안 좋은데, 나오면 친구들과 작은 농담이라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아이셰는 말했다.

주한튀르키예대사관이 물품 기부처로 지정한 이 물류센터에는 시민들이 보낸 구호물품이 가득했다. 현장 관계자는 “비행기가 하루에 두 편 정도 나가는데 물량이 그 이상 들어와 1층 주차장까지 물건이 쌓였다”고 했다.

14일 최여화씨(85)는 코트10벌이 든 박스를 인천 중구 한 물류센터에 기부했다. “6.25 때 구제품을 입던 생각이 났다”는 그는 승용차를 타고 현장을 찾았다. 전지현 기자

14일 최여화씨(85)는 코트10벌이 든 박스를 인천 중구 한 물류센터에 기부했다. “6.25 때 구제품을 입던 생각이 났다”는 그는 승용차를 타고 현장을 찾았다. 전지현 기자

현장에는 10분에 한 번 꼴로 승용차가 들어왔다. 직접 물품을 전달하러 온 시민들이었다. 인천 서구에 사는 최여화씨(85)는 튀르키예가 춥다는 얘기를 듣고 코트 10벌을 들고 물류센터를 찾았다. “6.25때 구제품 입던 생각이 났다”는 그는 TV로 뉴스를 접하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박선주씨(59)는 3일 전부터 꼼꼼히 챙긴 전기매트·겨울옷·이불·부츠 9박스를 자원봉사자들에게 건넸다. 박씨는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마음이 쓰여 찾아왔다고 했다.

14일 인천의 한 물류센터에서 요르단인 두하 셀라미 이브라힘(31)이 차 트렁크에서 구호 물품을 꺼내고 있다. 전지현 기자

14일 인천의 한 물류센터에서 요르단인 두하 셀라미 이브라힘(31)이 차 트렁크에서 구호 물품을 꺼내고 있다. 전지현 기자

이주 외국인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요르단인 두하 셀라미 이브라힘(31)은 친구, 친구 아들 모함마드(9)와 이곳을 찾았다. 그의 차 트렁크엔 박스가 한가득이었다. 두하는 “튀르키예에 집이 있다면 집을 내어주고 싶을 정도로 어떤 도움이든 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현장에선 틈틈이 검수 작업도 진행됐다. 최근 주한튀르키예대사관은 SNS 공지로 ‘위생문제로 인해 중고 물품은 기증받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물품을 소독해 사용하기 힘든 현지 사정을 고려한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은 뜯어볼 수 있는 포장들은 뜯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따뜻하게 입을 수 있는 옷들과 새 제품 위주로 분류한다고 했다. 베튤 튼클르츠(34)는 “튀르키예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아 스팸 같은 제품도 따로 빼놓고 있다”고 했다.

튀르키예 자원봉사자들이 14일 인천 중구의 한 물류센터에서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튀르키예 지진 구호 물품들을 정리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튀르키예 자원봉사자들이 14일 인천 중구의 한 물류센터에서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튀르키예 지진 구호 물품들을 정리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시민들이 도착할 때마다 튀르키예 자원봉사자들은 한달음에 달려가 박스를 날랐다. 대형트럭과 지게차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현장이라 소형 자동차는 금세 자리를 비켜줘야 했다. 트렁크를 여는 시민들에게서 박스를 건네받는 짧은 사이, 자원봉사자들은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건넸다. 베튤은 “예상치 않은 상황에 이렇게 많은 도움이 올 줄 몰랐다”며 “감동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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