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처로 지정된 물류센터
전국 각지서 구호품 줄이어
봉사자, 새 제품 분류에 분주
돼지고기 함유 제품도 제외

“중고 물품은 보내지 마세요” 한국에 거주하는 튀르키예인 자원봉사자들이 14일 인천 중구의 한 물류센터에서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튀르키예 지진 구호물품들을 분류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14일 낮 12시30분쯤, 인천 중구의 한 물류센터. 아이셰 쿠베트(26)가 Aid Material/Turkiye(구호물품/튀르키예)라고 적힌 상자들 사이를 바쁘게 돌아다녔다. 튀르키예인인 그는 고국에서 발생한 지진 이후 전국 각지에서 구호물품이 모이는 이곳에서 이틀째 자원봉사 중이다. 이날 15명의 튀르키예인들은 상자를 트럭에서 내리고 물건을 분류하느라 분주했다. 아이셰는 “집에 있으면 마음이 계속 안 좋은데, 나오면 친구들과 작은 농담이라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주한튀르키예대사관이 물품 기부처로 지정한 이 물류센터에는 시민들이 보낸 구호물품이 가득했다. 현장 관계자는 “비행기가 하루에 두 편 정도 나가는데 물량이 그 이상 들어와 1층 주차장까지 물건이 쌓였다”고 했다. 현장에는 10분에 한 번꼴로 승용차가 들어왔다. 직접 물품을 전달하러 온 시민들이었다. 인천 서구에 사는 최여화씨(85)는 튀르키예 날씨가 춥다는 얘기를 듣고 코트 10벌을 들고 물류센터를 찾았다. “6·25 때 구제품 입던 생각이 났다”는 그는 TV로 뉴스를 접하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박선주씨(59)는 3일 전부터 꼼꼼히 챙긴 전기매트·겨울옷·이불·부츠 9상자를 자원봉사자들에게 건넸다. 박씨는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마음이 쓰여 찾아왔다고 했다. 이주 외국인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요르단인 두하 셀라미 이브라힘(31)은 친구, 친구 아들 모함마드(9)와 이곳을 찾았다. 그의 차 트렁크엔 상자가 한가득이었다. 두하는 “튀르키예에 집이 있다면 집을 내어주고 싶을 정도로 어떤 도움이든 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지진 구호물품이 담긴 상자들이 14일 인천 물류센터에 쌓여 있다. 권도현 기자
현장에선 틈틈이 검수 작업도 진행됐다. 최근 주한튀르키예대사관은 SNS 공지로 ‘위생 문제로 인해 중고 물품은 기증받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물품을 소독해 사용하기 힘든 현지 사정을 고려한 것이다. 베튤 튼클르츠(34)는 “튀르키예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아 스팸 같은 제품도 따로 빼놓고 있다”고 했다.
시민들이 도착할 때마다 튀르키예 자원봉사자들은 한달음에 달려가 상자를 날랐다. 베튤은 “예상치 않은 상황에 이렇게 많은 도움이 올 줄 몰랐다”며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주한 튀르키예대사관을 통해 물품 지원을 희망하는 경우 구호물품을 넣은 상자에 물품의 종류와 “Aid Material/ Turkiye”를 기재해 이글종합물류(인천 중구 자유무역로 107번길 20, 304-306호)로 보내면 된다. 현금 후원은 특별 원화 계좌(하나은행 920-910004-89105, 예금주 EMBASSY OF THE REPUBLIC OF TURKEY AFAD earthquake relief)나 후원 페이지(http://www.afad.gov.tr/depremkampanyasi2)를 통해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