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보편 지원’ 전국 지자체 확산…인구 많은 광역단체선 ‘난감’

최인진·김창효·권기정 기자

가구당 20만원·1인당 30만원·광주는 영유아 가정에 20만원

못 받는 지역민 “허탈” 불만 표출…형평성 논란 재연 우려

난방비 급증 문제가 대두되면서 경기 파주시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꺼내든 ‘전 가구 난방비 지원’이 일선 지자체로도 속속 확산되고 있다. 당초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선별 지원’에서 소득이나 재산을 따지지 않는 ‘보편 지원’으로 방침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15일 경기도 등 일선 지자체 등에 따르면 파주시는 전국 최초로 자체 예산 442억원을 투입해 긴급 에너지 생활안정지원금을 가구당 20만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파주시에 거주하는 시민 모두가 지원 대상이다. 파주시는 오는 27일부터 신청을 받아 지역화폐로 지급할 계획이다.

안양시도 지난 14일 1인당 5만원씩 난방비를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개인별로 난방비를 정액 지급하는 곳은 안양시가 처음이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최근 빚어진 난방비 폭등은 재난 상황으로 규정할 수 있다”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안양시 재난기본소득 지급조례에 따라 안양시민 모두에게 5만원씩 난방비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평택·안성 등 3개 지자체도 모든 가구에 10만~20만원 난방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광명시도 난방비 지원 액수와 방식을 놓고 고심 중이다.

난방비 지원 움직임은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전북 무주군은 모든 주민에게 1인당 20만원씩 지역사랑상품권을 주기로 했다. 부안군과 진안군도 1인당 30만원씩 지급한다. 정읍시와 고창군은 가구당 20만원씩을 지역화폐와 선불카드로 각각 지급한다.

황인홍 무주군수는 “지난달 연료 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공공요금 인상에 반영되면서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주민 생활의 고통을 덜어주고 꼬리를 무는 악순환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 기장군은 전 군민(17만8000명)에게 1인당 30만원씩 지급한다. 이날부터 기장군 누리집을 통해 접수하며 22일부터 읍·면 행정복지센터에서도 신청을 받는다. 기장군은 또 저녹스 보일러로 교체·설치하는 가정에 보조금을 지원한다. 저녹스 보일러는 에너지 효율이 12%나 높아 난방비를 연간 최대 13만원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선별적 지원’이지만 지원 대상이나 지원금을 늘린 곳도 잇따르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전국 최초로 영·유아 가정에 난방비 20만원을 지원한다. 대상은 2023년 2월1일 기준 광주시에 주소지를 둔 6세 미만 취학 전 영·유아(2017년 1월1일 이후 출생) 양육 가구다.

그러나 지자체별로 지원 액수와 방식이 다르고 아직 난방비 지원 소식이 없는 지자체 주민들은 상대적 차별이라며 형평성을 거론하고 있다. 경기 의정부에 사는 주부 이모씨는 “난방비가 크게 오른 것은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인데 옆 동네는 주고 우리 동네는 소식이 없으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 당시 재난지원금을 두고 벌어졌던 ‘보편 지원’과 ‘선별 지원’ 간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인구수가 많아 한 사람당 10만원씩만 지급하더라도 수천억원 예산이 소요된다”며 “과거 재난지원금과 같은 보편적 지급은 어렵지만 취약계층에 대해선 지원을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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