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인 지자체들이 의도치 않은 ‘탄소중립’을 달성했다. 지자체들은 인구를 늘리기 위해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고 싶지만 그러자면 환경을 훼손해야 한다. 해당 지자체들은 인구 감소도 막고, 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는 방식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16일 민간 연구기관인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지자체별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탄소중립을 달성한 지역, 즉 온실가스 순 배출량이 적고, 흡수원이 많은 지역은 공통으로 인구 감소로 인해 소멸위험도가 높았다.
2020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총배출량보다 흡수량이 많아 탄소중립을 달성한 기초지자체는 총 23곳이었다. 이 중 10곳은 경북에 있고 강원도는 9곳, 충북은 2곳, 전북과 경남이 각각 한곳이었다. 23곳 가운데 10곳은 인구소멸 ‘고위험지역’, 13곳은 ‘위험지역’이었다. 만 20~39세 여성 인구를 만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소멸위험지수를 적용하면 0.2~0.5는 소멸 위험, 0.2 미만은 소멸 고위험 지역에 해당한다.
인구소멸 고위험지역의 온실가스 순 배출량은 전반적으로 다른 지자체들보다 적었다. 고위험지역 지자체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00만tCO2eq(이산화탄소 환산톤) 미만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충남 당진(5249만tCO2eq), 전남 여수(3717만tCO2eq) 등의 수십 분의 1에 불과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지역에는 대체로 화력발전소가 있었다. 지자체 가운데 온실가스 순 배출량이 1000만tCO2eq 이상인 지역은 모두 18곳이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된 충남이 4개 지역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가 3개 지역이었다.
연구소는 정부의 지방소멸대응기금 등 지원이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는 개발사업으로 진행되는 것에 관해 우려했다. 정부는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지난해부터 10년간 매년 정부출연금 1조원을 기초자치단체에 75%, 광역자치단체에 25% 지원한다. 연구소는 지방소멸기금 지원 과정에서 지역도 살리고, 기후위기에도 대응할 수 있는 방향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지역에서 이탈한 지역, 즉 온실가스 배출량이 흡수량보다 많아진 지자체들은 대체로 흡수원, 특히 산림이 감소했다.
12곳은 2015년에는 온실가스 흡수지역이었다가 2020년 온실가스 배출지역으로 바뀌었다. 특히 전북 완주군과 강원 철원군, 경남 진안군, 충남 금산군, 전남 신안군 등의 온실가스 순 배출량 증가폭이 컸다. 대부분 산림 감소로 인해 흡수량이 줄어든 곳이다. 이중 신안군에서는 수송부문 배출량이 많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신안군에서는 최근 천사대교를 비롯한 교량들이 증가해 교통량도 늘었다.
연구소는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소비하면서 지역 발전을 이루고,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동시에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소는 “신안군은 최근 대대적으로 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해 투자하고 있지만 지역의 온실가스 감축에는 크게 이바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생산된 전력을 대부분 지역 밖으로 보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체적으로 생산된 전기를 기반으로 신안군의 수송부문,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다면, 지역도 살리면서 기후변화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