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1년 대기업의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6%로 확대했지만 시행규칙 개정이 늦어지면서 세액공제를 신고한 기업은 한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액공제 확대 신고 기업 ‘0’건
정부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해당 세액공제율을 15%로 확대하기로 하고 올초 국회에 관련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관련 자료가 없어 국회는 세액공제율 확대가 투자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지 못한 채 심사에 나서고 있다. 야당은 정부가 실행된 적이 없는 세액공제의 확대를 정책적 판단의 근거 없이 추진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기획재정부로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배터리·백신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신고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앞서 정부는 2021년 세법개정을 통해 반도체·배터리·백신 등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대기업의 시설 투자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비율을 6%로 높였다. 이에 따라 반도체 기업은 2021년 하반기 투자분부터 대기업 6%·중견기업 8%·중소기업 16%에 달하는 금액을 법인세에서 감면받을 수 있게 됐다.
반도체 세액공제율을 높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2021년 11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국가전략기술 사업화기술의 범위와 종류를 규정한 시행 규칙 개정은 2022년 3월 18일에 완료됐다.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 공제율 적용 여부를 심의하는 기술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대한 규칙은 7월 1일에서야 시행됐다. 법인세 결산시기인 3월을 넘겨 개정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기업들은 2021년 투자분에 대한 심사 절차를 밟지 못했다. 그간 반도체 기업에 대한 신속한 지원을 추진해온 정부 방침과 달리 후속 입법이 더디게 진행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2021년 통합투자세액공제 감면액 1조3459억원 가운데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는 한푼도 포함되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행규칙 개정 절차는 통상적인 세법개정의 순차에 따라 이뤄졌고, 최대한 빨리 진행했다”며 “2021년 하반기 세액공제분은 올해 경정신고를 통해 청구하면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도체 세액공제율을 15%로 추가 확대하는 조특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는 야당은 이대로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액공제 실행 관련 데이터가 전무한 상황에서 정책적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장 의원은 “한 차례도 세액공제 자체가 실행된 적이 없는데, 공제율만 6%에서 15%로 상향하는 기괴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말로는 시급하다고 하면서 정작 제도 여건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