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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품 파괴

입력 2023.02.20 20:20

수정 2023.02.2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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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가 제프 쿤스의 작품 ‘풍선개’(왼쪽)가 지난 16일 미국 마이애미 ‘아트 윈우드’ 아트페어 개막을 맞아 열린 VIP 프리뷰 행사에서 관람객의 실수로 산산조각났다. 자료사진·마이애미/로이터연합뉴스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의 작품 ‘풍선개’(왼쪽)가 지난 16일 미국 마이애미 ‘아트 윈우드’ 아트페어 개막을 맞아 열린 VIP 프리뷰 행사에서 관람객의 실수로 산산조각났다. 자료사진·마이애미/로이터연합뉴스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의 ‘풍선개’가 산산조각 났다. 지난주 미국 마이애미 아트페어에서 방문객 실수로 4만2000달러(약 5500만원)짜리 중형견 크기의 파란색 작품이 전시대에서 추락한 것이다. 처음엔 행위예술로 알았던 관람객들은 연거푸 사과하는 당사자를 보고서야 뒤늦게 사태를 알아챘다고 한다.

부주의한 관람객에 의한 전시품 훼손은 드물지 않다. 특히 작품 쪽으로 넘어졌다간 대형사고다. 2006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는 신발끈 밟고 넘어진 관람객 때문에 10억원짜리 청나라 도자기가 박살났고, 2015년 대만에서는 바로크 거장 포르포라의 20억원짜리 정물화 쪽으로 넘어진 아동이 주먹으로 캔버스에 구멍을 냈다. 국내에선 지난해 관람객이 발을 헛디뎌 장 미셸 오토니엘의 ‘푸른 강’ 유리벽돌 일부가 깨진 적 있다. 인생샷 잡으려는 ‘셀카’도 넘어짐 사고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가끔은 미술관의 소홀로 사달이 난다. 지난해 러시아에서는 보험금만 12억원짜리인 얼굴 없는 인물화에 누군가 볼펜으로 눈을 그려넣은 사건이 발생했는데, 알고 보니 심심했던 경비원의 소행이었다. 예술작품의 붓질, 끌질을 생생하게 향유하려는 관람객의 욕구와 작품을 보호·관리해야 하는 미술관의 의무는 예민한 균형을 요구한다. 르네상스 거장 미켈란젤로의 대리석상 ‘피에타’는 1972년 “나는 예수다!”를 외치며 망치를 휘두른 30대 호주 남성의 테러사건 이후에야 방탄유리로 보호되고 있다.

때론 전화위복이 된다. 파블로 피카소의 1932년작 ‘꿈’은 한 개인 컬렉터가 1억3900만달러(약 1800억원)에 매각하기 전 지인들에게 자랑하던 중 팔꿈치로 그림에 15㎝짜리 구멍을 내는 바람에 유명해져서 7년 뒤인 2013년 더 비싼 1억5500만달러에 팔렸다. 이번에 부서진 ‘풍선개’도 쿤스가 만든 여러 버전 중 하나인 데다, 오히려 새로운 ‘내러티브’를 입은 깨진 조각을 비싸게 사겠다는 이들까지 나섰다고 한다. 2018년 소더비 경매에서 뱅크시의 그림 ‘소녀와 풍선’이 약 15억원에 낙찰된 직후 작가가 미리 장치한 파쇄기로 그림 반절을 파괴한 퍼포먼스로 몸값을 올린 일이 떠오른다. 작품 자체보다는 ‘아이디어’가 더 중요한 현대미술의 특징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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