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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방식

입력 2023.02.22 03:00

소통은 내용 못지않게 형식도 중요하다. 때로는 형식이 내용을 규정한다.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때와 전화통화를 할 때 나누는 대화의 깊이는 차이가 있다. 딱딱한 회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느냐 편안한 소파에 앉아 차를 함께 마시느냐에 따라서도 대화 내용은 달라진다. 사적인 대화도 그렇지만 공적인 대화나 협상도 마찬가지다.

이종섭 베이징 특파원

이종섭 베이징 특파원

주중 한국대사관에서는 매월 한 차례 대사 브리핑을 개최한다. 주중대사와 각 언론사 베이징 특파원들이 한 달에 한 번 얼굴을 맞대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다. 대사나 대사관이 어떤 활동을 하고 각종 외교 현안이나 중국 현지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등을 대사에게 직접 듣고 질문할 수 있는 자리라 많은 특파원들이 브리핑에 관심을 보여왔다. 대사와의 드문 소통의 장이었기 때문이다.

대사의 정례브리핑은 지난해 정재호 주중대사 부임 이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정 대사는 지난해 9월 첫 브리핑을 가진 후 중국 국경절 연휴와 베이징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이유로 넉 달 동안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브리핑은 이달 초 다섯 달 만에 재개됐지만 무의미한 자리가 되고 말았다. 대사관은 브리핑에 앞서 특파원들에게 사전 질문만 받고 현장에서는 질의응답을 하지 않겠다고 공지했다. 실제 브리핑에서 대사는 준비된 모두 발언을 한 뒤 사전 접수된 질문 몇 개에 자문자답을 하고 추가 질문을 받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

대사관은 대사 브리핑 형식을 바꾼 이유에 대해 “최소한의 보호 장치”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9월 브리핑에서 일부 언론이 백그라운드브리핑에서 나온 대사의 발언을 비실명 보도 원칙을 어기고 실명으로 보도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보호할 안전장치 없이는 종전과 같은 형식의 브리핑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대사의 돌출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막겠다는 얘기다. 사실 대사관 측이 문제 삼는 보도도 대사의 돌출 발언과 미숙한 언론 대응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대사관 측이 내세우는 보호 장치는 대사의 ‘심기 보호용’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대사관에서 진행되는 다른 브리핑들이 제약 없이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데 반해 유독 대사 브리핑만 현장 질문을 받을 수 없다고 고집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대사관의 조치는 대통령의 실언으로 인한 설화를 언론 탓으로 돌리며 스스로 야심차게 도입한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마저 중단한 대통령실의 모습과도 오버랩된다.

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월 1회 열리는 대사 브리핑에 대해 “당연한 것이 아니며 중국 상황 때문에 대사관에서 배려를 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국민과의 소통 창구 중 하나인 언론 브리핑을 시혜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이런 시각이 국민을 대신해 대사와 대사관의 활동을 감시하고 질문할 의무를 가진 언론에 ‘입 다물고 받아쓰기나 하라’는 식의 질문 없는 브리핑을 만들어낸 건 아니길 바란다.

주중 대사관에서는 다음달 초 또 한 번의 대사 브리핑이 예정돼 있다. 대사관 측은 여전히 소통 의지를 강조한다. 소통의 장애물을 만들어 놓고 소통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재호 대사에게 보다 진정성 있고 미래지향적이며 열린 소통의 자세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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