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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대학, 글로컬 대학…뭔 소리니

입력 2023.02.22 03:00

수정 2023.02.2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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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대학은 살아남는다. 지역 거점 국립대 몇몇을 제외한 많은 지방 대학은 오래전부터 재정 적자에 시달려왔다. 등록금에 목을 매는 영세한 지방 사립대는 등록금 동결이 늘 눈엣가시였고, 학령인구 감소는 장차 이들이 쓸 독박이 될 것이다.

엄치용 미국 코넬대 연구원

엄치용 미국 코넬대 연구원

지역 대학의 몰락이 지방 소멸을 가속한다는 말이 언론을 가득 채웠다. 급기야 돈줄을 쥔 교육부가 2027년까지 비수도권대학 30곳을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해 대학당 5년에 걸쳐 10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전체 426개 고등교육기관 중 수도권과 거점 국립대를 제외하고 30곳만 살리겠다는 뜻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정작 글로컬 대학의 정체를 모르겠다. 사회학자 롤런드 로버트슨이 1980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처음 쓴 이 용어는 세계적 보편성과 지역적 특수성이 존재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어떻게 지방대를 글로벌 수준으로 키워 지역 사회와 경제를 이끈다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1000억원이면 지방대가 글로벌 대학이 되는지도 의문이다. 여하튼 연 200억원의 돈 보따리를 따내려면 대학은 대학 간, 혹은 연구소와의 통폐합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물론 차별화된 교육과정 혁신과 기업과의 연계 방안 강구 등 할 일이 많다. 연구비 부족에 시달리는 지방대 교수들이 행정까지 떠맡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유에스 뉴스가 선정한 2022년 최고의 글로벌 대학 순위는 미국의 하버드대를 선두로, 아시아에서는 중국 칭화대가 23위로 최상위를 나타냈다. 서울대, 성균관대와 카이스트는 각각 129위, 263위 및 282위를 나타냈다. 글로벌 대학의 순위는 연간 연구비 규모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21년 대학 연구비를 보자.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은 약 4조원(31억달러), 하버드·스탠퍼드·코넬 대학은 각각 1조5000억원을 사용했다. 코넬대학이 자체 부담하는 연구비 규모는 4500억원 정도로, 코넬 연구비의 30% 정도에 해당한다.

한국연구재단이 보고한 2022년 대학 연구비 총액은 약 7조9000억원으로, 연구비 상위 20개 대학이 62.8%의 연구비인 5조원 정도를 썼다. 서울대, 연세대와 고려대를 합친 연구비는 연구비 전체 20%로, 1조6000억원 규모다. 그러나 4년제 대학 교내 연구비 지원율은 전체의 5.4%에 불과하고, 중앙정부와 민간을 합친 연구비 비율이 90%가 넘는다. 정부의 후원금은 물론 든든한 대학 재원 없이 글로벌 대학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구의 모스크 건립과 관련한 최근의 사건을 보자. 글로벌 대학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재정은 기본이고, 인재를 끌어들이는 훌륭한 교육·문화적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다양한 민족적 배경을 가진, 여러 국가에서 온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선 인종차별과 문화적 편견에서 벗어나야만 가능하다. 미국 아이비 대학의 외국 학생 수는 10%를 상회한다. 코넬대의 경우 학위과정 대학원생 수의 53%가 외국 학생이다.

교육부의 2022년 교육기본통계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전문대 이상의 전체 재적 학생 수 311만7540명 중 외국인 학생 수는 16만6892명(5.4%)이고, 학위과정 학생은 12만4803명(4.0%)으로 더 낮게 나타난다. 학위과정생 중 중국인(48.5%), 베트남인(21.6%) 비율이 70% 이상을 보인다. 글로벌 대학이라면 외국인 학생 비율과 민족 다양성도 고민해야 한다.

한국의 어느 대학도 글로벌 대학이 될 수 없다. 의·약대 만능주의와 취업이 교육의 목표라면 말이다. 글로벌 대학은 지구 기후 변화를 다루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방법, 빈부 간 격차를 줄이는 윤리적 시장 경제, 새로운 질병에 대한 글로벌 의사 결정 등 글로벌 지도자를 키우는 글로벌 교육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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