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40주년 기념전 ‘1983-2023 가나화랑-가나아트’, 국내외 거장 작품 60점 선보여
LA뷰잉룸 이어 일본·싱가포르에 레지던스 개관 예정
“서울옥션은 소더비와 신중한 협상 중”··· “국내 미술시장 더 키워 산업화돼야”

가나아트 창립 40주년 기념전 ‘1983-2023 가나화랑-가나아트’에서 선보이고 있는 국내 근대 거장작가들의 작품들. 가나아트 제공
국내 대표적 화랑인 가나아트가 창립 40주년 기념전 ‘1983-2023 가나화랑-가나아트’를 가나아트센터에 마련했다.
가나아트는 또 창립 40주년을 맞아 해외 활동을 강화하기로 하고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한국 작가·작품을 소개하는 ‘뷰잉룸’을 열었다. ‘뷰잉룸’의 성과가 확인되면 화랑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어 일본 교토, 동남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싱가포르에 각각 작가 레지던스를 개관한다.
서울옥션 매각은 그동안 신세계그룹과의 협상에 진척이 없고, “(세계적 경매사인) 소더비와 논의를 신중하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 한남동 일대의 전시공간들은 일부 정리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성수동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가나아트는 1983년 이호재 가나아트·서울옥션 회장(69)이 서울 인사동에 세운 ‘가나화랑’으로 시작됐다. 지난 40년 동안 상업화랑으로서 한국 미술시장과 미술문화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국내 화랑 최초로 전속작가 제도를 도입해 작가를 발굴·지원하고, 모네·미로·샤갈 등 유럽의 유명 작가 작품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기도 했다. 또 프랑스 아트페어 ‘피악(FIAC)’에 최초로 참가했으며, 국내 화랑의 첫 해외 진출 기록 등을 갖고 있다.
그동안 개인전·기획전 등 720회의 전시를 통해 국내외 작가 작품들을 선보였다. 또 1988년 미술전문지 ‘가나아트’를 창간하고, 1998년 국내 첫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을 설립하고 2008년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2014년 미술계 공익사업을 위한 가나문화재단을 설립했다. 가나문화재단은 제주도 미술관 설립도 추진 중이다.
이호재 회장은 특히 모두가 방치하던 1980년대 민중미술 작품을 일찍부터 수집했고, 2001년 200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가나아트 컬렉션’은 1980~1990년대 한국 사회를 미술로 생생하게 보여주는 국내 대표적 민중미술·리얼리즘 컬렉션이다. 또 이중섭의 유화·은지화를 비롯해 근현대 작가 작품 50여점을 제주도 이중섭미술관에, 추사 김정희 간찰을 제주 추사기념관에 기증했고 이응노미술관·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장욱진미술관 등의 활성화에도 이바지했다.

29세 때 ‘가나화랑’을 세운 이호재 가나아트·서울옥션 회장이 21일 가나아트 40주년 기념전 전시장에서 김환기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도재기 선임기자
40주년 기념전은 가나아트 소장품인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 60여점, 그동안 연 전시 포스터와 도록·관련 사진 등 기록·이미지 자료들로 3개 전시실에 마련됐다.
국내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으로는 김환기·박수근·이중섭을 비롯해 한국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본웅·나혜석·이인성·정규·함대정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들 근대기 작품들은 ‘가나화랑’이 첫 전시로 김환기·이인성·이중섭 등의 ‘근대 서양화 7인전’을 연 것을 비롯해 그동안 근대미술에 기울인 관심의 결과물이다.
해외 작가 작품들로는 1980~1990년대 개인전을 가지며 인연을 맺은 프랑스 조각가 세자르 발다치니를 비롯해 안토니 타피에스·미켈 바르셀로·마크 퀸 등이 있다. 또 안젤름 키퍼의 대형 회화, 안토니 곰리의 인체조각 등도 선보인다.

가나아트 창립 40주년 기념전에 선보이고 있는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 전시 전경. 가나아트
이호재 회장은 기념전에서 기자들과 만나 “29세에 가나화랑을 열어 그동안 참 열심히 일해왔고 또 자부심도 느낀다”며 “가나화랑 개관 초기에 만난 에른스트 바이엘러(스위스 아트 바젤 창립자)의 ‘작품은 돈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있는데, 돈이 되는 작품은 팔아서 젊은 작가의 대표작을 구입함으로써 투자·지원을 해야 한다’는 말을 되새겨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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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제 한국 미술시장도 대자본의 유입 등을 통해 시장을 더 키우고 ‘사업’을 넘어 ‘산업’이 돼야 한다”며 “해외 화랑들의 잇단 국내 진출은 시장 확대, 국내 작가의 해외 소개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정용 가나아트 대표(45)는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며 “로스앤젤레스의 뷰잉룸 개관이나 일본·싱가포르의 레지던스 설립 계획 등도 그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의 장남으로 1년의 절반 가까이 해외를 다니고 있다는 그는 “세계적 경기 둔화로 해외 진출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념전은 3월19일까지.

가나아트 창립 40주년 기념전 포스터(왼쪽)와 지난 40년 동안 개최한 주요 전시 등 기록물 전시 전경. 가나아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