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국회에서 교육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학폭) 전력으로 하루 만에 낙마한 뒤 그 불똥이 ‘학교폭력 처벌 강화 논의’로 옮겨붙었다. 교육부는 다음 달까지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마련하고, 대입 정시모집에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반영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27일 출입기자단 정례브리핑에서 “2012년 수립된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에 관한 대책’이 10년 넘게 이어져 와 전반적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최근 사회적 우려와 개선 필요성 등이 제기되고 있어서 종합적으로 논의해 3월 말쯤 학교폭력 근절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매년 3월 학교폭력 예방·근절을 위한 시행계획을 수립하는데 올해는 정 변호사 아들 사건을 계기로 강화된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2017년 강원도 소재 전국단위 자율형 사립고에 입학한 정 변호사의 아들은 동급생에게 8개월 동안 언어폭력을 가해 2018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재심과 재재심을 거쳐 전학 처분을 받았다. 정 변호사 측은 전학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가 대법원까지 간 끝에 2019년 4월 최종 패소했다. 정 변호사는 지난 24일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으나 아들의 학폭 전력이 알려지면서 하루 만에 발령이 취소됐다.
정 변호사 아들이 학폭 전력에도 불구하고 서울대에 진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폭 조치사항을 정시모집에도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변호사 아들은 2020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에 합격했다. 서울대는 당시 정시모집에서 수능 성적 100%를 반영했으나 학내외 징계 여부를 감점 요소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정 변호사의 아들이 실제 전형 과정에서 감점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정시에도 학폭 조치사항을 반영해야 한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정시에도 반영을 꼭 해야 한다는 의견을 잘 듣겠다”고 말했다. 장 차관은 “수시전형에서는 학폭 조치사항이 학생생활기록부에 기재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반영될 수밖에 없지만 정시는 대학마다 학생부 반영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며 “다만 학생 선수 폭력 같은 경우 2025학년부터 정시·수시 상관없이 의무 감점조치를 하도록 했는데, 앞으로 학교폭력 근절대책을 마련하면서 현장에서 어떻게 실효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엄벌주의’로 학폭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사 출신인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 변호사 아들 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학폭무마 사건”이라며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학폭에 대응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학폭이 증가한 것은 처벌 강화가 진정한 해법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교육위는 조만간 정 변호사 아들 사건에 대한 긴급현안질의를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