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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후의 과학

입력 2023.02.28 03:00

수정 2023.02.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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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나 기초과학자는 사람들로부터 “그렇게 추상적인 수학은 어디에 쓰이나요?” “입자물리학이나 천문학에서 밝히고자 하는 내용이 인류에게 도움이 되나요?” 등과 같은 질문을 받는다. 실은 수학자 중에도 자신들의 연구에 대해 그런 회의를 하는 이가 많다. 나도 젊었을 때는 실용적이지 않은 추상적인 수학문제를 푸는 것이 과연 인류에 어떤 도움이 될까에 대해 확실한 답을 갖지 못했다. 그러다가 현대의 수학과 과학의 가치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 미래의 과학을 상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

우리는 먼 미래에 대한 상상을 통해 인류가 언젠가는 결국 찾아낼 과학적 진리의 ‘절대성’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가 있다. 현대의 과학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이와 같아 아직 인류가 모르는 과학적 진리가 너무나 많다. 수학은 수천년 동안 발전해왔기 때문에 현대의 과학보다는 한발 먼저 가고 있다. 하지만 과학은 미래 언젠가 현재의 수학, 과학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여 과학적 진리를 밝히게 될 것이다. 그러니 당장 실용성이 없어 보이는 수학·과학적 연구도 미래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만년 후를 상상해 보자고도 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대개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 “아니 만년이라고요? 1000년도 너무 먼 미래인데요.” “그 이전에 인류가 멸망할 가능성이 높아요.” “과학이 발전한다고 사람들이 정말 행복해질까요?” “인공지능이 인간들을 노예로 삼거나 멸망시킬지도 모르잖아요.” 등등이다. 하지만 인류가 수백년 이내에 핵전쟁, 지구환경 악화, 화산 대폭발, 전염병, 소행성과의 충돌 등으로 멸망할 확률은 매우 낮다.

인류 존재하는 한 과학은 지속 발전

지구 멸망의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다 보니 사람들은 먼 미래에 대해 불안해한다.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은 부정적인 관점보다 인기가 없다. 얼마 전에는 우연히 TV에서 지구 멸망의 시나리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는데, 거기에서 블랙홀에 의해 지구의 모든 공기가 빨려들어가는 충격적인 그래픽 장면을 보았다. 그런 시나리오는 너무 황당한 이야기여서 SF영화나 소설에도 잘 나오지 않는데 다큐멘터리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다니. 그런 재앙이 수백년 이내에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블랙홀이 1000광년 이상 떨어져 있으니 최소한 1000년 동안은 지구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갈 확률은 없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과학은 지속적으로 발전한다. 유발 하라리는 그의 책 <호모데우스>에서 “오늘날 사람들은 옛날의 그리스, 인도, 아프리카의 신들보다 더 쉽게 더 먼 거리를 이동하고 의사소통한다”고 하며 인간이 과학의 힘으로 지금까지 인간의 경지를 뛰어넘어 신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과학의 발전은 미래에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우선 과학의 힘에 의해 인간의 수명은 몇백년 이상으로 늘어나게 되고 심지어는 그 이상으로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새로운 기술로 뇌, 즉 인간의 의식과 마음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발달하다 보면 미래 언젠가 인간을 능가하게 되어 그들이 인류를 노예화하거나 멸망시키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염려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은 늘 인간들의 컨트롤하에서 인간들과 화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먼 미래까지 인류 번영 기여할 것

과거에 과학이 발전해오며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켜왔기 때문에 과학 발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이들이 아직도 많다. 구체적으로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에 대해 걱정한다. 하지만 최근의 북구 유럽 국가들에서 보듯이 환경은 과학에 의해 오히려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100년 전까지 인류는 질병, 기아, 죽음, 전쟁 등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지만 그 이후 과학은 인류에게 번영과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우리보다 좀 더 발전한 사회를 이룩한 유럽의 일부 국가들에서 볼 수 있듯이 인류는 점점 더 평화적이고 관용적으로 변하고 있고, 전보다 더 나은 삶의 가치를 탐구하게 되었다. 과학은 먼 미래까지 계속 인류의 번영과 행복에 기여해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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