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꼴찌, 성별임금격차

(2) 고임금 업종에 여성이 ‘안 보이는’ 이유

GM캐나다 오샤와 공장은 절반이 여성

유럽 인도 등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 여성 비율 높아

경영진, 성 중립적 채용 절차 고안하고

노조는 여성들 직장 적응 위한 교육

다양하고 포괄적인 작업현장 만드는 기업문화

한국, 고임금 제조업 여성 채용 늘어야

최악의 성별임금격차 개선할 수 있어

여성 남성 업종 분리 고정관념 깨야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매우 커 OECD에 가입한 원년인 1996년부터 27년째 ‘꼴찌’다. 2021년 기준 성별임금격차는 31.1%로 남성이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68만9000원을 받는다. 두번째로 격차가 나는 일본에 비해서도 10%포인트 내외의 큰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경향신문 특별기획팀은 성별임금격차의 원인을 데이터로 뜯어보고자 했다. 1회 ‘채용’에 이어 2회는 ‘고임금 업종에 여성을 찾기 힘든 이유’다.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여성 노동자를 찾아보기 힘든 한국 공장과는 달리 여성 비율이 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일 미국 취업 중개 사이트 ‘ZIPPIA’에 따르면 앨라배마 공장의 여성 비율은 36.2%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확한 비율은 답변하기 어렵다”했지만 전미자동차노조 관계자는 “노동자들의 관찰에 따르면 그 숫자가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 자동차 기업들의 공장에서는 전반적으로 한국의 현대차·기아 공장과 달리 여성 노동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캐나다엔 여성 노동자가 절반인 공장도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 모터스의 캐나다 법인인 GM캐나다의 오샤와 조립공장은 2021년 재가동을 시작하면서 1200명의 생산직을 신규 고용했는데, 그 중 절반이 여성이었다. 2019년만 해도 이 공장의 여성 비율은 18~20% 정도였다. 신규 채용 과정에서 경영진은 여성조합원 확대에 힘쓰고 있던 캐나다 최대 민간부문 노동조합총연맹인 유니포(Unifor)와 협의해 여성을 늘렸다. 당시 GM은 다양성 전략을 가지고 있었고 회사와 노조 간 협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라나 페인 유니포 위원장은 “노조가 수십년 동안 안전하고 포용적인 직장을 만들기 위해 쌓아온 토대가 발판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간당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60% 이상 높은 자동차 공장은 캐나다에서도 인기가 높다. 1200명 채용에 1만3000명 이상이 지원했을 정도다. 공장에 채용된 여성들은 제조업 경험이 없는 이들도 있다.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이전에 서비스업에 종사했던 27세 뮤리엘 매튜스는 도장 라인에서 6명의 팀을 이끈다. 전직 경찰 간부인 48세의 헤더 맥리드는 섀시 공정에서 일한다. 페인은 “(캐나다에선) 많은 여성들이 임금, 복리후생, 연금 등 측면에서 자동차 분야의 취업 가치를 높게 본다”고 말했다.

경영진은 신입 교육에 힘을 쏟았고 남성 인력이 많던 시절에 맞춰져 있었던 화장실과 샤워실도 재배치했다. 채용 과정에서는 ‘성별 편견’을 없애기 위해 같은 수의 남성과 여성 조사원을 고용해 성별이 합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자동차 도어(문) 제작 시뮬레이션을 고안하기도 했다. 페인은 “성 중립적 채용 절차로 성별 균형을 더 많이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니포에는 여성 조합원들에만 따로 제공하는 8가지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이외 여성 리더십 프로그램, 여성 숙련 기술자 프로그램 등도 제공하고 있다. 노조가 직접 교육·훈련에 나서 여성들이 직장에 적응하고 직장 내에서 역할을 확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라나 페인 유니포(Unifor) 위원장(왼쪽)이 GM캐나다 오샤와 조립공장의 여성 노동자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니포 제공

라나 페인 유니포(Unifor) 위원장(왼쪽)이 GM캐나다 오샤와 조립공장의 여성 노동자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니포 제공

미국 자동차 공장 노동자 10명 중 3명은 여성

오샤와 공장은 특별한 사례지만 자동차 산업 전체를 봐도 여성 비중은 적지 않다. 캐나다 정부 기금으로 발간된 ‘캐나다 자동차 노동력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자동차 조립공장 노동자 중 여성은 23% 정도다. 미국은 이보다 조금 더 높다. 미 노동통계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자동차 제조업 종사자의 27.6%가 여성으로, 39만여 명이나 된다.

전미자동차노조 관계자는 “노동부는 수년 동안 여성들이 제조업에 종사할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말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전체 산업에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 비율에 비하면 자동차 산업에서의 여성 비율이 낮은 수준이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한국에 비하면 몇 배나 높은 수준이다.

북미 지역만 그런 것은 아니다. 영국의 성별 임금격차 공시사이트에서 주요 자동차 메이커의 여성 비율을 보면 한국보다 높은 편이다. BMW 영국 생산법인은 여성의 비율이 임금별로 6~12%, 혼다 영국 생산법인은 8~16.7%로 나온다. 벤틀리는 16~22%, 롤스로이스는 17~24%, 푸조 시트로앵은 26.9~66.7%에 이른다.

[‘27년 꼴찌’ 성별임금격차]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여성 36%, 북미 공장은 무엇이 달랐나

인도의 경제주간지 비지니스인디아에 따르면 자동차회사 MG 모터 인도법인의 여성 비율은 33%에 달한다. 2021년 이 회사는 바도다라 공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 모델인 헥터(HECTOR)의 5만 번째 생산을 기념했는데 여성 직원들만을 모아 행사를 치렀다. 프레스, 용접, 도장, 검수 등 핵심 공정에 모두 여성이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인도 최대 자동차회사인 타타 모터스의 공장에도 1800명 이상의 생산직 여성이 근무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 등 제조업 부문에서 여성 고용 비율을 높이는 것은 성별 임금 격차 해소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미국 비영리 경제정책연구소인 EPI(Economic Policy Institute)의 2022년 1월 분석을 보면 제조업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는 서비스업에서보다 주당 183달러(22.2%) 많은 임금을 받는다. EPI는 “고임금 일자리에서 여성을 늘리면 성별임금격차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양하고 포괄적인 작업현장’

해외의 경우 생산 노동자의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정부와 노동조합의 노력이 있다. 임금이 높고 대우가 좋은 자동차 제조업에 여성들이 적극 진출하려 하고, 기술을 갖춘 여성들이 조금씩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다. 무엇보다 ‘다양하고 포괄적인 작업현장’을 주요한 가치로 여기는 기업문화가 있다.

오샤와 공장의 인사노무 담당 이사인 크리스토퍼 톰슨은 오토모티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공장은 일반적으로 남성 중심적으로 인식되지만, 일자리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전미자동차노조 관계자는 “일자리를 가족 친화적으로 만드는 것은 더 많은 노동자들이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며 “임신한 여성들이 자동차 공장에서 직면하는 도전이 있지만 그 구조를 고치는 것은 여성들뿐 아니라 돌봄의 책임을 지고 있는 남성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라나 페인 유니포(Unifor) 위원장(왼쪽)이 GM캐나다 오샤와 조립공장의 여성 노동자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니포 제공

라나 페인 유니포(Unifor) 위원장(왼쪽)이 GM캐나다 오샤와 조립공장의 여성 노동자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니포 제공

한국의 성별임금 격차가 OECD 최악인 이유

2013년 경향신문은 ‘왜 지금 여성 일자리인가’ 기획을 통해 현대차·기아 여성 직원 비율은 3.7%, 여성 관리자 비율은 1%라고 밝혔다. 그후 10년 동안 여성의 비율은 얼마나 늘었을까. 2021년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 자료를 보면 현대차의 여성 직원 비율은 5.8%, 여성 관리자 비율은 3.4%가 됐다.

당시 기사는 “독일 폭스바겐은 15%, 미국 GM은 20%의 여성을 고용하고 있는데 폭스바겐과 비교해 단순 계산하면 여성을 1만 명 이상 더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년 동안 여성을 1만 명 고용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AA 자료를 보면 2021년 여성 직원은 4099명으로 집계된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이사회 멤버에 여성이 한 명도 없다가 2020년 6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이사회 전체를 특정 성(性)만으로 구성할 수 없게 되면서 2021년 1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처음 선임했다.

한국의 성별임금격차가 크게 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인 이유는 대기업 자동차 회사 등 좋은 일자리에 여성이 적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과 남성이 일하는 업종을 분리해놓고 월급만 비슷하게 주면 된다는 접근은 백인과 흑인을 분리 교육하면서 평등하다(‘Separate But Equal’)고 말하는 논리와 같다”며 “다양성을 확보해야 예상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다양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의 일터, 여성의 일터로 구분 짓는 것보다 지향해야 하는 지점은 ‘모두가 함께 일할 수 있는 일터’다. 한국에는 외부 충격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오 실장은 “대공장은 남성 일자리라는 오래된 성별 고정관념이 있었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여성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상상 자체를 못했다”며 “이제 여성이 많이 일하고 있는 앨러배마 공장, 오샤와 공장과 같은 ‘외부 충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
임아영(소통·젠더데스크) 황경상·배문규·이수민·박채움(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
조형국(사회부) 이아름·유선희(플랫)

[‘27년 꼴찌’ 성별임금격차]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여성 36%, 북미 공장은 무엇이 달랐나

[‘27년 꼴찌’ 성별임금격차] 기획 시리즈 목차

■2회. ‘중후장대’ 고임금 업종 여성이 ‘안 보이는 이유’


■1회. 인적자본 차이 없는 신입 ‘채용’은 공정할까

<아래 링크에서 공공기관 면접 성비·채용 성비 통계를 직접 검색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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