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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신고 없이 사각지대 놓인 아이들··· 국회서 방치된 ‘출생통보제’

입력 2023.03.02 15:45

수정 2023.03.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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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병원 신생아실에 신생아용 침상이 준비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병원 신생아실에 신생아용 침상이 준비돼 있다. 연합뉴스

2021년 2월 경북 구미시에서 3세 여아가 숨진 지 수개월이 지나 미라 상태로 발견됐다. 이 아동은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사망진단서에서도 ‘무명녀’로 기록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출생 미등록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정부가 ‘출생통보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1년이 다 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여전히 미등록 아동은 인권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4일 정부가 제출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은 1년간 법안 심사조차 이뤄지지 못한 해 계류 중이다. 해당 개정안의 골자는 아이가 출생한 의료기관에서 의무적으로 출생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아이의 출생신고 의무를 부모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출생 미등록 아동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경우 등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법과 행정의 테두리 밖에 놓인 아동의 실태를 짐작할 따름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2021년 아동학대 신고가 집계된 출생 미등록 아동은 332명으로 연평균 83명 수준이었다. 시민단체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가 2019~2020년 전국 251개 아동복지시설을 조사한 결과에선 출생 미등록 아동이 146명 확인됐다. 파악되지 않은 경우까지 더하면 실제로는 훨씬 큰 규모일 것으로 추정됐다.

출생신고 의무가 있는 부모가 신고하지 않으면 정부나 지역사회가 아동의 출생을 확인해 교육·복지·의료 등의 지원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에 친족이나 의사·조산사 등이 대신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부모가 의도적으로 신고를 회피하면 아동의 존재 여부조차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출생신고 의무를 부모에게만 국한하지 않고 의료기관 등이 대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박영의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선임매니저는 “현재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을 위해 국회의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며 “의료기관 바깥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나 미등록 외국인 부모를 둔 아이들처럼 출생통보제의 예외가 되는 아동이 없도록 후속 보완 조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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