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하도리 철새도래지에서 확인된 멸종위기 저어새 무리. 주용기 전북대 전임연구원 제공.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 인근에서 천연기념물을 포함한 다수의 국제적 멸종위기 조류가 확인됐다고 지멱주미과 전문가 등이 주장했다. 이들은 환경부가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동의하는 것은 ‘조류 대학살’이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류 전문가인 주용기 전북대학교 연구원과 제주 주민, 환경단체 활동가 30여명으로 이뤄진 제주시민생태조사단은 지난달 25~27일, 3일 동안 공항 건설 예정지 인근에서 조류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를 2일 공개했다. 이번 모니터링은 제2공항 사업 예정지와 제2공항이 생기면 영향을 받게될 표선면 성읍저수지, 신천리 천미천 하구, 고성리 습지, 종달리·시흥리 해안도로, 하도리 철새도래지 등에서 이뤄졌으며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마을동쪽신문 곱을락’, ‘성산환경을지키는사람들’ 등이 공동으로 주관했다.

제주 종달리 해안 상공에서 확인된 멸종위기 맹금류 물수리. 김현국씨 제공.
모니터링 결과 3일 동안 이들 지역에서 관찰된 조류는 41종, 1만1678마리였다. 국내 법정보호종으로는 9종 63마리가 관찰됐으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목록인 적색목록(Red List)에 등재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는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 흑두루미, 청머리오리, 큰기러기, 노랑부리저어새, 물수리, 매 등 9종 354마리가 관찰됐다. 제주시민생태조사단은 이 같은 결과를 지난 1일 환경부에 전달했다.
주 연구원은 “제주 2공항 건설 추진 지역과 주변 지역은 오름과 구릉 및 절벽, 내륙습지, 연안습지 등 다양한 지형과 자연적 조건으로 인해 수많은 조류와 생물들이 서식하는 중요한 지역”이라며 “제주 2공항 건설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수많은 조류를 비롯한 생물들이 생존의 위협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항공기와 조류가 충돌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 대규모 인명피해도 우려된다”며 “환경부는 국토부와 협의 중인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부동의’ 의견으로 통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 오조리 습지에서 확인된 멸종위기 철새 흑두루미 5마리. 김현국씨 제공.
이번 모니터링은 지난 15~19일 사이 하도리 철새도래지, 조천읍 함덕리,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습지 등 제주 곳곳에서 멸종위기 철새인 흑두루미가 적게는 3마리부터 많게는 200마리까지 목격된 것을 계기로 진행됐다. 일본에서 월동한 뒤 북상하는 흑두루미 들의 이동경로가 제주 제2공항이 건설될 경우 영향을 미치는 지역과 겹치는 탓에 항공기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주 주민들 사이에서 제기되면서 모니터링을 실시하게 된 것이다.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에 반대하는 주민, 환경단체 등은 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생물종이 출현하지 않을 때 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공항 예정지 내에서 쉽게 관찰되는 생물종들을 누락시키는 등 꼼수를 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진행 중인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는 당사자인 제주도청이나 주민들을 배제하고, 환경영향평가서도 비공개하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제주 제2공항 사업 예정지와 제주시민생태조사단이 지난달 25~27일 사이 실시한 조류모니터링 대상 지역. 제주시민생태조사단 제공.
앞서 국토부는 2019년 6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제출했으며 환경부의 검토의견을 반영해 같은해 9월 본안을 제출했다. 국토부는 이어 2021년 6월 환경부 보완 요구에 따라 재보완서를 제출했지만 환경부는 사업 예정지 주변의 생태계 보호 대책이 미흡하고, 중요사항이 누락되었다는 등 이유로 반려한 바 있다. 이후 국토부는 지난 1월 5일 다시 보완한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환경부에 제출했으며 환경부는 오는 6일까지 협의 의견을 통보해야 한다.
제주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이날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영훈 제주지사는 국토부에 제2공항 찬반 주민투표 실시를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민회의는 환경부가 설악산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동의 의견을 양양군에 통보함으로써 사업을 허가한 것을 언급하면서 “환경부가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국토부의 전환평을 동의한다면 환경부 스스로가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중대한 범죄자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