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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를 21세기로 업데이트하다

입력 2023.03.03 14:10

수정 2023.03.0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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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남성·제국 시대에 살던 카

‘역사란 무엇인가’ 속의 한계 넘어

“과거는 실재했던 모든 일이지만

역사는 부분적이고 주관적인 것”

E H 카의 증손녀 헬렌 카 등 연구자들

여성·유색인·퀴어·장애·선주민

‘역사의 각주’던 목소리를 담는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크라운> 네 번째 시즌에 묘사된 다이애나 비를 두고 영국 왕실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더 크라운> 네 번째 시즌에 묘사된 다이애나 비를 두고 영국 왕실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 넷플릭스 제공

지금, 역사란 무엇인가

헬렌 카·수재너 립스컴 외 지음|최파일 옮김

까치 | 440쪽 | 2만3000원

2020년 영국 왕실을 다룬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더 크라운>의 네 번째 시즌이 방영됐다.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재임기를 그린 이 시즌은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과 불화를 주요하게 그렸다. 영국 왕실과 정부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격분했다. 문화부 장관 올리버 다우든은 드라마에 “취급주의 경고”를 붙여달라고 넷플릭스에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찰스 왕세자와 측근들은 “할리우드급 제작비로 트롤링하는” 드라마라고 평했다. <더 크라운>에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을 것이다. 왕실 내부 이야기는 공공연히 드러나지 않으며, 여왕, 찰스 왕세자, 다이애나 비의 당시 심경이나 대화를 정확히 알 수도 없다. 결혼과 이혼이라는 공식적인 발표 사이의 많은 사건들이 창작자의 상상으로 채워진다.

“역사 드라마는 무해한 오락이 아니라 역사 왜곡”이며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됨으로써 현실 자체가 분해”될 것이라는 우려는 <더 크라운>뿐 아니라 수많은 역사물을 둘러싸고 제기돼왔다.

2021년 한국에서는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왜곡 논란 속에 방영 2회만에 편성 취소됐다. 이후 한국의 많은 역사 드라마 제작진은 논란을 피하고자 가상의 왕조, 인물을 등장시키고 있다.

역사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알렉스 폰 턴즐만은 역사를 자유롭게 활용한 창작물을 옹호한다. 올리버 스톤의 영화 는 존 F 케네디 암살이 리 하비 오즈월드의 단독 범행이 아니라는 음모론을 제기하지만, 실제로 이 음모론을 믿는 미국인 비율은 영화 개봉 전후에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개봉 이후 미 의회는 케네디 암살에 대한 모든 기록물을 공개하도록 해 투명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턴즐만은 “우리가 허구와 사실을 어떻게 구분할지를 더 잘 다루는 방법이 있다. 바로 모든 층위에서 비판적 사고를 권장하고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역사가 E H 카(1892~1982)는 “역사가는 자신이 다루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상상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말에 비춰보면 상상되고 심지어 일부 왜곡된 역사 드라마라도 금지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금, 역사란 무엇인가>는 역사에 대한 카의 관점을 되새기되, 시대에 맞게 이를 극복하거나 확장할 가능성을 모색하는 책이다. 카의 대표작 <역사란 무엇인가>에 ‘지금’(Now)이란 말만 붙였다. 카의 증손녀인 헬렌 카와 로햄프턴대 명예교수 수재너 립스컴이 박물관장, 고고학자, 방송인, 작가 등 여러 사람의 글을 엮었다.

카는 ‘제국의 시대’를 살았다. 역사가는 대부분 백인 남성이었다. 그들은 과거 백인 특권층 남성이 쓴 사료로 역사를 서술했다. 21세기는 “고대 이래로 공식적 제국이 존재하지 않는 첫 세기”다. 백인 남성의 특권은 허물어졌고, 여성, 유색인종, 퀴어, 장애인, 선주민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책과 삶]‘역사란 무엇인가’를 21세기로 업데이트하다

<지금, 역사란 무엇인가>는 21세기에 역사를 보는 관점, 쓰는 방법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도심에 자리한 제국주의자, 노예상의 동상은 어떻게 해야 할까. 노예상의 동상을 해체해 바다에 던지려는 사람들은 혹시 톈안먼 시위에 대한 논의를 금지하는 중국 공산당처럼 역사를 지우고 있는 걸까. 사우샘프턴대에서 20세기 영국사를 가르치는 샬럿 리디아 라일리는 ‘역사’와 ‘과거’를 구분함으로써 ‘역사 다시 쓰기’의 딜레마를 피한다. ‘과거’는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이미 일어난 모든 일”이기에 다시 쓰일 수 없다. ‘역사’란 “과거에 대한 이야기”이며 “부분적이고 주관적”이다. ‘과거’가 “실제로 일어났던 모든 일”이라면 ‘역사’는 “그보다 미끄러운 어떤 것”이다. 라일리는 동상 철거를 옹호한다. “동상 철거는 역사 기록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지워버리는 일과 같지 않다. 그 대신 동상 철거는 역사가 우리의 동네와 도시에 들어와 박히는 방식에 대한 창의적인 대응”이기 때문이다. 결국 역사 쓰기는 “강력한 정치 행위”임을 잊어선 안 된다.

<지금, 역사란 무엇인가>는 과거 역사 서술에서 ‘각주’ 취급된 다양한 목소리를 되살리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1차대전사에서 당시 유럽 서부전선에서 복무한 14만명의 중국인을 다루는 일은 거의 없다. 대서양 너머로 수송된 수백만 아프리카 노예들의 생각과 두려움을 다룬 사료들도 거의 없다. 역사가가 가장 의지하는 사료들은 남성인 왕, 귀족, 장군들의 목소리로 가득 차 있다. 존재했다는 암시조차 남기지 않은 여성의 역사를 쓰기 위해 수재너 립스컴은 “사료를 적처럼 취급하는 것, 다시 말해서 사료를 공격하고, 사료가 감추려고 하는 비밀을 내놓도록 강요하는 것”이란 방법을 내놓는다. 예를 들어 심문과 법정 기록에 담긴 여성의 증언을 듣되, 행간을 읽어내야 한다. 물론 이런 프로젝트는 “불가능성을 전제”하지만, 그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이 21세기 역사가의 일이기도 하다.

“사실들은 (…) 생선 장수의 좌판 위에 있는 생선과 같은 것이 결코 아니다. 그것들은 때로는 접근할 수 없는 드넓은 바다를 헤엄치는 고기와 같다. 그리고 역사가가 무엇을 잡아 올릴 것인가는 때로는 우연에 좌우되겠지만, 대개는 그가 바다의 어느 곳을 선택하여 낚시질을 하는지에, 그리고 어떤 낚시도구를 선택하여 사용하는지에 좌우될 것이다.” 카의 말은 21세기의 역사 서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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