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나 카카오나 거대 플랫폼”…“아티스트나 팬덤 입장 들어봤나”

최민지 기자

SM 인수전 전문가 토론회

경영권에만 쏠린 인수 현실 비판…“K팝 산업구조 변화 읽어야” 지적
‘다양성 저해’ 우려에 “유니버설 등 독과점에도 다양성 지켜져” 반론

SM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한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다양성 저해’ ‘독점’ ‘아티스트·팬덤 소외’ 등 제기되는 우려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매일 복잡하게 달라지는 상황 속에서 K팝 산업의 구조와 전략의 변화를 함께 읽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화연대와 서울대 아시아문화연구소 한류연구센터는 3일 오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SM 경영권 분쟁의 구조적 이해’ 발제를 한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이번 사태를 ‘오너 리스크와 전근대적 제작시스템의 종말’로 규정했다. 이 교수는 “K팝의 30여년 역사에서 가장 큰 ‘변화와 전환’의 분기점이 되는 사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K팝 제작 자본의 패러다임이 1990년대 레이블 자본에서 2000년대 IT·통신 자본, 2010년대 금융·주식 자본을 거쳐 2020년대 ‘글로벌 디벨로퍼 자본’의 시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조영신 SK브로드밴드 경영전략 그룹장은 ‘SM 경영권 분쟁이 K팝 산업에 미칠 영향’을 주제로 SM이 하이브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중 어느 쪽에 인수·합병될 때 콘텐츠 비즈니스 측면으로 도움이 될 것인가를 짚었다. 조 그룹장은 실행 과정에서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슈퍼 지식재산권(IP)의 보유와 신규 기획력, 팬덤의 수익화 촉진 및 강화, 글로벌 유통 등 3가지 잣대를 기준으로 판단할 때 하이브와의 결합이 SM에 득이 될 거라고 예상했다. 그는 “카카오의 경우 SM이 일방적으로 내어주는 것만 있지만, 하이브는 자체 기획력,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얻을 것이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선 사태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이지행 동아대 어펙트연구소 전임연구원,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동준 아시아문화연구소 방문연구원, 이종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참여했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산업의 핵심인 아티스트와 팬덤의 소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동연 교수는 “이번 분쟁의 이해 당사자 중 정작 모든 콘텐츠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소속 아티스트나 그들을 응원하는 팬덤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논의된 적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동준 방문연구원도 “경영권 분쟁이 본질인 현재 상황을 경영진은 문화 다양성이나 팬덤의 가치 확대 등 언어로 포장하고 있다”며 “이는 이들을 타자화하고 수사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수아 교수는 팬덤 플랫폼의 등장과 함께 진행된 팬덤의 ‘소비자화’가 오히려 이들의 목소리를 제한하고 의견을 집합적으로 내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SM이 어느 쪽으로 인수·합병되어도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플랫폼 독과점’ 여부가 갈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SM은 이미 ‘거대 공룡화’한 하이브가 SM을 인수할 경우 독과점 체제가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동준 연구원은 경쟁자인 하이브와 카카오 모두 ‘플랫폼의 독점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하이브는 최근 네이버 브이라이브를 흡수하며 위버스로의 팬 플랫폼 독점화를 추구하고 있고, 카카오 또한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워온 대표적인 기업”이라며 “SM이 어느 한쪽에 인수된다고 그것을 독점 또는 반독점이라 할 수 없다고 본다. 결국 엔터업계의 거대화 속에서 플랫폼화된 기업을 팬덤이 맞이하는 형태가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SM의 하이브 인수가 K팝의 다양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에 반례를 제시했다. 그는 “(국내에서) 하이브를 견제할 기업이 사라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전 세계 음악 시장의 69%를 유니버설·워너·소니가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실제로 다양성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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