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지인들의 고민을 해결해주세요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지인들의 고민을 해결해주세요

입력 2023.03.04 03:00

수정 2023.03.04 03:01

펼치기/접기

동대문시장에서 패션사업을 하는 젊은 부부가 있다. 스무 살 무렵부터 커플이 열심히 노력해 가게를 일궜다. 고졸 학력이지만 해외 유학 다녀온 디자이너 못지않게 좋은 디자인을 선보여 중국 시장을 개척했다. 신상품이 나오기 무섭게 주문이 들어오고 일 년에 두 번 휴가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유럽 패션탐방을 다녔다. 그런데 주문이 갑자기 뚝 끊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봉쇄정책 탓도 있지만, 한·중관계가 악화하면서 혐한감정이 심해졌기 때문이란다.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한윤정 전환연구자

한윤정 전환연구자

한 지방대학 문헌정보학과 교수의 이야기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지방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것이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문과에서는 드물게 ‘자격증’을 주는 학과라서 작년까지 신입생 모집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70%밖에 충원하지 못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도서관 사서의 증원을 동결했기 때문이란다. “지금은 그래도 졸업할 때쯤에는 다시 늘어날 수 있지 않냐”고 했더니 학생과 학부모들의 생각은 다르다고 한다.

여성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사로 일했던 지인이 있다. 피해자와 경찰을 연결하고, 지역사회에서 젠더 평등 관련 교육과 캠페인을 열심히 했는데 상담소가 작년 말에 문을 닫았다. 예산지원을 해주던 여성가족부 폐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이었다. 여가부가 없어지더라도 업무는 다른 부서로 이관된다면서 애써 희망을 가져보았으나 어렵사리 상담소를 운영하던 공익재단이 이 기회에 문을 닫겠다고 나섰다. 성폭력 범죄는 수그러들지 않지만 이제 상담사들이 일할 곳은 없다.

모두 내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다. 사실 이들은 정치색이 없다. 조금 폭을 넓히면 변화는 더 크다. 기후생태위기를 정파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 속에서 생태환경, 사회적 경제, 마을공동체, 전환교육, 기후대응을 하던 사람들은 대개 침잠하고 있다. 재작년 서울시장이 바뀌며, 작년 대통령이 바뀌며 시작된 일이다. 시민단체가 모두 선이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노조 탄압으로 지지율이 올라가는 걸 보면 불만을 가졌던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시민단체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물론, 신규 등록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한다. 시민운동의 힘을 약화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난겨울, 유럽의 에너지난만큼은 아니더라도 부쩍 오른 도시가스 요금으로 걱정스럽던 추위가 물러났다. 그런데 봄이 되었지만 환한 기운을 느끼지 못하는 건 나와 내 주변 사람들만은 아닌 것 같다. 에너지난을 일으킨 야만적 전쟁은 계속되고 뉴질랜드의 홍수, 튀르키예·시리아의 대지진 같은 참사 소식이 이어진다. 당장 도심 한복판의 참사에서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뒤, 어떤 설명도 위로도 받지 못한 채 겨울을 보낸 유가족들이 있다. 지금은 나라 안팎으로 거칠고 힘든 시기임이 분명하다.

윤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서 여러 논란을 떠나 “변화하는 시대에 대비하지 못해서”라는 말에 주목하고자 한다. 우리 조상들은 대비하지 못했다 치자. 그럼 지금 우리는 잘 대비하는 걸까. 모든 이들이 자기 시대를 가장 도전적으로 여기겠지만, 지금 시기가 특히 그런 것은 패러다임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과 경제성장이 환란을 막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기업을 밀어주고 수출을 늘려 일자리를 만드는 건 해결책이 아니다. 내 이야기가 아니라 뛰어나고 정직한 지식인들의 의견이다. 정말 변화에 대비하고 싶다면 미국과 일본만큼 중국을 고려하는 실용외교를 펼치고, 가장 가깝고 친근한 문화시설인 도서관이 잘 운영되도록 사서를 배치하며, 여성들이 겪는 고통을 함께 해결하면서 남녀 대결을 넘어 공동체가 화합하는, 그래서 그토록 원하는 출생률도 높이는 정치를 펼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독한 말을 내뱉고 갈라칠수록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정치구조에서 다원화되다 못해 극단화되는 여론을 어떻게 공동선의 방향으로 모아갈지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무나 복잡해진 세계에서 상대방을 악으로 규정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지속적인 대화와 설득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올해는 정말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휴전 70주년이 되는 해인데 남북뿐 아니라 남남도 내전 상태라 더욱 그렇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건전한 가치를 갖고 묵묵히 일해온 분들, 새로운 문화를 추구하는 젊은이들, 페미니즘 시각에서 세상을 다르게 보는 여성들…. 정말 거대양당 빼고 모두 모여서 환한 기운을 전파하는, 그런 자리가 마련됐으면 한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