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장기 휴가도 가능”
노동계 “현실성 떨어져”
정부는 6일 ‘주 69시간’까지 노동을 가능케 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노동자의 건강 보호를 위한 휴식권을 함께 보장하겠다고 했다. 노동계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이 같은 보호조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의 휴식권 보장 대책은 노사 합의에 맡겨져 있는데, 노사 간 협상력이 대등하지 못한 현실에서 결국 ‘휴식 없는 장시간 노동’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가 노동시간을 늘리는 대책은 ‘입법 사항’으로 의지를 보이면서, 보완책인 장기간 휴가사용 관련 방안은 대부분 ‘인식 개선’ ‘대국민 캠페인’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휴가 활성화를 보장하겠다”며 “보상휴가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안식월, (제주) 한 달 살기 등 장기휴가도 가능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이 언급한 ‘안식월’은 정부 개편안에 담긴 입법사항인 ‘근로시간저축계좌제(저축계좌제)’에 기반한다. 저축계좌제란 연장노동시간을 계좌처럼 적립한 뒤 나중에 몰아서 휴가로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노동계는 한국 특성상 현실적으로 도입하기 어려운 제도라고 지적한다. 저축계좌제를 도입하기 위한 전제는 ‘노사 합의’인데, 노동조합 조직률이 14%대에 머무는 등 노사 간 협상력이 기울어져 있는 상황에서는 사업주에게만 유리하게 제도가 운용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노사 당사자의 선택권이라지만, 실제 현장에서 일방적인 결정권을 가진 사용자의 이익과 노동자 통제를 강화해주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가 노사 대등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시한 방안인 ‘근로자대표제 정비’에도 현실성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사용자 개입 없는)공정한 선출 절차와 권한, 책무 등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근로자대표는 결국 단체행동권을 가진 노조에 비하면 협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근로자대표의 민주적 선출 및 활동에 사용자의 개입·방해행위에 엄중한 처벌이 없다면, 사용자 입맛대로 노동시간이 개편되는 길을 열어줄 뿐”이라고 했다.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은 ‘입법사항’인데 장기휴가 보장 대책 등은 ‘인식 개선’에 머무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정부가 제시한 휴가 활성화 방안은 저축계좌제를 제외하면 “문화 확산 추진 필요” “대국민 캠페인 추진” 등이다. 이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권리의식과 사용자의 준법의식, 정부의 적극적인 감독행정의 삼박자가 잘 어우러져야 한다”며 “세 가지 중에 기업주들의 준법의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야간근로자 보호 대책은 가이드라인 보급이나 건강진단 비용 지원 정도가 대책이고, 포괄임금제는 금지가 아니라 오·남용 근절이라며 구체적 내용 없이 3월에 대책을 발표한다고만 하고 있다”면서 “휴가 활성화 대책이랍시고 제시한 내용은 대국민 캠페인 추진”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