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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카카오, 하이브

입력 2023.03.12 20:28

수정 2023.03.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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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에 자리잡은 SM엔터테인먼트 본사. 연합뉴스

서울 성동구에 자리잡은 SM엔터테인먼트 본사. 연합뉴스

‘쩐의 전쟁’으로 치닫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12일 정보기술(IT) 기업 카카오의 승리로 끝났다. 매출 1위 연예기획사 하이브엔터테인먼트는 경쟁 심화로 시장이 과열됐다며 백기를 들었다.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양사가 합의했다고 한다.

1995년 가수 출신 이수만씨가 설립한 SM은 ‘H.O.T’ ‘S.E.S’를 비롯한 1세대 K팝 아이돌 그룹으로 한국 대중문화를 재편하며 업계 1위 왕좌에 장기간 군림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에 자리를 내줬고, YG엔터테인먼트의 블랙핑크 같은 글로벌 신드롬을 이끌 신인 배출엔 부진했다. 와중에 SM이 2010년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에는 매년 최고 200억원 자문료를 지급한 사실이 알려졌다. 2000년 상장 이후 배당을 한 번도 하지 않던 SM의 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에 현 경영진이 ‘이수만 없는 SM’ 혁신안으로 카카오와 손잡고, 반발한 최대주주 이씨가 하이브에 지분을 넘기면서 지난달 분쟁이 불붙었다. 카카오의 승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로부터 투자받은 1조원 ‘실탄의 힘’이었다. SM 인수를 지렛대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카카오는 종전 6만원대 SM 주식을 주당 15만원으로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12만원을 제시한 하이브를 무릎 꿇렸다. 앞서 SM 평직원들도 하이브 인수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지난해 ‘한류 수지’는 역대 최대인 1조6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세계 대중음악 시장의 신흥 강자로 부상한 K팝은 식품·화장품·의류 등 다양한 소비재 수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특정 개인이나 기업, 정부가 아닌 K팝 창작자와 아티스트, 그리고 이들을 아끼는 수많은 팬이 함께 만든 것이다. 하지만 정작 경영권 분쟁에서 이들은 안중에 없이 주주들의 권리 주장만 요란했다. 덩치 커진 문화산업이 초심을 잊은 건 아닌지 걱정이다. K팝 생태계가 지속되려면 SM은 고유의 색채를 유지하고, 카카오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하이브는 건강한 경쟁자로 공존해야 한다. 팬심은 경제논리로 사들일 수 없고, 오만했다간 잃기도 쉽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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