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소 90%가 지하 설치
일부 지자체와 소방청
“화재 나면 진화 어려워”
지상화 위한 법 개정 요구
산업부, 전기차 보급 고려
“신중하게 판단할 문제”
전기자동차가 크게 늘어나고 충전시설(충전기)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충전기 설치 방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소방청은 지하공간 화재 위험 등을 우려하며 지상 설치를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전기차 보급 확대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할 문제’라는 의견이다. 1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2022년 12월 말 기준 39만9855대다. 전년(23만1000대)에 비해 68.4% 증가했다. 전기차 충전기도 20만5205개가 설치됐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해 1월 시행되면서 전기차 충전시설 의무 대상이 100가구 이상 아파트, 주차 대수 50면 이상 공중이용시설 등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전기차 충전기는 대부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설치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 설치된 3만3952개의 전기차 충전시설 중 90%가 지하에 있다. 이에 화재 발생 시 자칫 대형 화재로 번질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소방청이 집계한 최근 3년간(2020~2022년) 전기차 화재 현황을 보면 2020년 11건, 지난해 44건 등 모두 79건으로 집계됐다. 전기차 화재는 진화가 힘들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내부 온도가 순식간에 치솟는 열폭주 현상으로 800도 이상으로 급상승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안전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관련법이 없다 보니 권고안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충남도의회는 지난달 21일 ‘충청남도 환경친화적 자동차 전용 주차구역 및 충전시설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제주도는 지난달 2일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 화재안전 가이드’ 마련을 위한 심의에 착수했다.
충북도는 산업부 등에 ‘친환경자동차법을 개정해 충전시설은 옥외나 별도의 충전 전용 건물로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기본 입장은 실외 충전소 설치이며, 부득이하게 지하에 설치할 경우 방화구역을 정하고 질식방화포 및 폐쇄회로(CC)TV 설치 등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산업부는 전기차 충전시설의 지상 설치 의무화 방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전기차가 법 개정으로 인해 지하주차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식으로 확대 해석될 경우 관련 산업 발전에 저해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산업부는 전기차 충전시설에 침수 대비 안전장치를 부착하고 방진·방수 성능을 국제표준 수준으로 보완하는 등 제도 개선부터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차 충전소는 지상에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불가피하게 지하에 설치하는 경우수조식 진화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기업들은 배터리 화재 시 확산하지 않도록 하고, 차체에서 배터리만 분리해 충전할 수 있는 방안 등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