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올해는 1차 베이비붐 세대를 상징하는 ‘58년 개띠’가 65세가 되는 해다. 내년에는 노인 인구가 1000만명쯤 될 것이라 한다. 전체 인구의 약 20%다. 10년 뒤, 2033년에는 58년 개띠가 유병노후(有病老後) 나이인 75세가 된다. 앓아누운 노인들이 많아져 사회복지 비용이 늘어나는데, 2차 베이비부머(1968~74년생·635만명)가 줄지어 노인 집단에 들어선다. 노인이라고 해서 무시하거나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 노인이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누려야만 모두가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노인이 존중받으며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누구나 노인이 되기 때문이다.

서정홍 농부 시인
인도 라다크 지방은 인도에서도 인구가 가장 적은 오지다. 해발 3000m가 넘는 고지대다. 서방 기자가 무척 가난한 라다크 노인에게 “현대인들이 불행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하고 묻자 노인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마도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좋은 옷과 가구와 재산들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거기에 마음을 빼앗겨 기도하고 배우면서 차분히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말도 했다고 한다.
“나는 바깥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식탁과 의자와 카펫을 갖고 편안하게 산다고 들었다. 쌀과 설탕 등, 행복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나는 보리떡과 죽밖에는 먹을 것이 없다. 하지만 나는 행복하다. 이가 다 빠져서 많이 먹을 수도 없다. 당신들은 좋은 옷을 입었지만 보다시피 내 옷은 다 해진 누더기다. 그런데도 바깥세상에는 많은 불행이 있다고 들었다.”
나는 58년 개띠다. 올해 65세 노인이 되었다. 라다크 노인만큼 가난하지는 않지만, 농사짓지 않으면 먹고살 수 없다. 더구나 혼인한 자식들도 달셋방 신세라 어디 기댈 데가 없다. 내게 기대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래도 나는 라다크 노인만큼 행복하다. 숨 쉬기 좋은 작은 흙집, 겨울 내내 따뜻한 온돌방, 맑은 공기, 돈 한 푼 내지 않고도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는 골짝 물, 땀을 씻겨 주는 시원한 산바람, 바라만 보아도 든든한 마을 뒷산 소나무 숲, 아침마다 찾아와 노래 불러 주는 산새들, 텃밭에 싱싱한 푸성귀, 산과 들에 자라는 산나물과 들나물, 된장 간장 고추장 먹을거리 가득한 장독대, 쉬지 않고 흐르는 깨끗한 개울물, 보면 볼수록 빛나는 별, 그 무엇보다 아이들처럼 토라졌다가 금세 웃고 지내는 산골 어르신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돈과 황금을 다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 늘 곁에 있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12년 뒤엔 70년 개띠가 ‘65세 노인’이 될 것이다. 세월은 강물처럼 흐른다. 흐르는 강물을 어찌 붙잡을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70년 개띠들에게 부탁한다. 12년 뒤, ‘미래 세대에 모든 걸 물려주고 남은 삶을 사는 뒷방 늙은이’가 아니라 미래 세대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든든한 노인’이 될 수 있게 오늘부터 멋진 ‘인생의 그림’을 그려 보자. 밤새 자랑거리를 늘어놓아도 끝이 없는 자연 속에서, 이웃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며 자유롭게 살 수 있게. 스승의 스승인 자연 속에서 땀 흘려 텃밭을 일구며 ‘오래된 미래’를 꿈꿀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