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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가게

[임의진의 시골편지] 신발 가게

신발이 여러 켤레. 흔한 운동화,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그런 걸 나도 신는다. 동네 철물점에서 산 고무장화는 밭에 갈 때 신고, 흰 고무신은 여름용으로 하나. 털 달린 고무신은 겨울용. 축구화도 있었는데, 옛날에 빨갱이 잡는 분들에게 두들겨 맞은 무릎은 고질병이 되어 뛰기가 힘들다. 등산은 살살 하는데, 등산화를 최근에 가벼운 걸루다가 바꿨다. 전에 쓰던 등산화는 강아지들에게 물어뜯고 놀아라 던져줬어. 발 냄새조차 좋은지 머리를 베고 눕는다. 아이가 어렸을 때 찾아오면 신던 신발은 버리지 않고 두었다. 장가갈 때 주어야지 생각해.

장에 놀러 갔다가 슬리퍼 하날 봤다. 택배라도 오면 부리나케 나갈 때 편하게 신겠다 싶어 만져봤는데, 너무 딱딱하고 금방 찢어질 듯. 한 아주머니는 장바구니에 꽃문양이 그려진 슬리퍼를 한 켤레 사 담덩만. 여인은 꽃신을 들고 버스정류장 쪽으로 렛잇고.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여~.” 트럭 신발 가게 주인장이 다음 차례인 나를 쪼아봤다. “싸게 드릴게~ 골라봐~.” 반말부터 빈정이 상함.

‘나는 신이니 모든 걸 바쳐라’ 한다는데, 그런 신은 신발 가게에도 없다. 누군가 내게 신이 진짜 있다면 보여달래. “그런 신은 신발 가게에 있죠.” 수만개 교파 교회나 종교 본부에 상담을 받는 일보다 신발 가게에 찾아가 그 많은 신발을 한번 골라보는 일부터 연습 삼아 보길. 헌금하면 복 주겠다는 사기 거간꾼들의 신 말고,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이 땅별에서의 삶에 집중하는 삶이 바로 신앙이렷다. 어리석은 자는 허황된 말을 좋아하고 망상에 사로잡혀 산다. 아무튼 나는 신발 가게에서 슬리퍼 하나도 고르지 못한 채 ‘씨유레이터’. “만진 값은 내고 가셔야재~” 하길래 생긋 웃고 말았다. 무등산 동적골에 묵정밭이 있는 매형이 매화 가지를 꺾어 선물로 주심. 실내화를 신고 매화에게 다가가 향을 맡는다. 충분한 예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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