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부문
맹목적 개선 땐 중국 리스크
인·태 지역 추구 목표도 희미
윤석열 정부는 16일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외교·안보 협력의 기반을 마련했다.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복원 등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은 물론 장차관급 교류 등도 활성화하기로 합의했다.
한·일 안보협력은 미국이 대중국 견제를 위해 추진해 온 한·미·일 3각 공조의 디딤돌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협력의 느슨한 고리였던 한·일관계를 조여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하는 사전 준비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고도화되는 북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한·일 공조가 매우 중요하고 앞으로 적극 협력해 나가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면서 한·일 각각의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 과정에서도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일·한 정상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셔틀외교 재개에 일치했다”며 양국 간 협력 복원을 알렸다.
지난해 7월 윤 대통령은 한·미·일 안보협력 확대를 통한 동맹의 결속력 강화를 ‘120대 국정과제’로 꼽았다.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미국이 강력히 추동해 온 사안 중 하나이다. 지난 6일 발표된 한국의 강제동원 해법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대환영의 뜻을 밝힌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미국 입장에서는 역내 동맹국 중 강대국인 한국과 일본이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을 저지하는 방어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절실하다. 한·미·일 안보협력은 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을 바꾸려는 ‘중국몽’에 맞설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취임 직후부터 3국 안보협력의 단계적 확대를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으로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한·일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 진전의 발판을 마련하고 한·일이라는 한·미·일 협력의 약한 고리를 강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맹목적인 한·일관계 개선이나 한·미·일 밀착 행보는 한국의 외교적 리스크를 더 키울 수 있다. 특히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일방적 외교 정책은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출,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등이 새로운 갈등 변수가 될 수 있다.
주 교수는 “한·일관계 개선의 궁극적 목적이나 국민적 공감대가 뚜렷하게 형성되지 않았다”면서 “미국과 일본은 군사안보 일체화, 인테그레이션(통합)을 키워드로 움직이고 있지만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추구하는 목표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자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에 대해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북한 중거리 미사일의 일본 열도 통과를 이해할 수 있는 이유로 내세웠지만 ‘전수방위’(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위력을 행사) 원칙을 형해화하려는 일본 편에 선 듯한 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일본의 재무장이 동아시아,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는 흐름에 올라탄 셈이다.
북 핵·미사일 대응을 내세워 원칙 없는 한·미·일 안보협력만 밀어붙인다면 중국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은 지난 7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무리 지어 배타적 소그룹을 형성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9일 “한·미·일 3자 군사동맹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뿐만 아니라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도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한·미·일 3각 협력으로 방향타를 전환한 윤석열 정부는 격화하는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 리스크 관리라는 외교적 숙제를 떠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