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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목형 부모노릇하기’의 부상

어떻게 아이를 키우는 것이 “올바른” 방식인지에 대한 생각은 끊임없이 변해왔다. 과거 애정표현은 아이를 망치는 것으로 말해졌지만, 지금은 아이의 성공을 위한 핵심 요소로 강조된다.

채석진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

채석진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

대중매체는 올바른 부모노릇에 대한 인식을 구성하는 주요한 부분으로, 지난 몇 년만 돌이켜보더라도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이 올바른 부모노릇을 제안해왔다. 오은영 박사가 출연하는 상담 리얼리티 쇼부터 <스카이캐슬>(2018)이나 <일타스캔들>(2023) 같은 드라마까지, 장르는 다르지만 모두 대중들이 마주하는 부모노릇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연료로 성공한 미디어 상품이다.

부모노릇하기에 대한 강조와 불안은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외국에서도 주요한 대중적·학술적 주제로 활발히 논의돼왔다. 올해 초 BBC 라디오 팟캐스트 <Thinking Allowed>도 ‘부모노릇하기’(parenting)를 주제로 다뤘다. 이 팟캐스트는 최신 사회학 연구의 저자를 초대해 직접 설명을 듣는다. ‘부모노릇하기’ 편에는 작년에 미국 부모노릇하기 문화의 변화에 관한 책을 출간한 앤드루 봄백(Andrew Bomback)이 출연했다. 봄백은 ‘부모’(parent)라는 단어가 명사에서 동사로 전환된 시기를 미국 부모노릇하기 문화의 주요한 변곡점으로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부모’가 동사의 의미로 활발하게 사용되기 시작한 때는 1980~1990년대다. 명사로서의 부모가 단지 “역할”을 지칭했다면, 동사로서의 부모는 “향상하고 습득해야 하는 기술”의 의미를 내포하고, 그러한 기술을 갖추는 것에 대한 압박과 불안감을 동반한다. 이러한 압박과 불안은 주로 경제적 차원에 집중된 것으로, 자녀가 미래에 안정적 경제력을 갖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부모의 두려움을 반영한다. 아이들의 일과는 좋은 대학과 직장을 얻기 위한 아름다운 이력서를 만들기 위해 시간대별로 촘촘하게 짜였다. 이러한 ‘집약적 부모노릇하기’는 경제적 성공을 위한 전략으로, 아이들이 실제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른 주요한 문제들은 무시해왔다. 미국 대중매체는 ‘헬리콥터 맘’과 같은 전형적 인물을 통해 이를 둘러싼 불안감과 두려움을 흡수해왔다.

최근 몇 년 사이 주목할 만한 변화는 ‘방목하는 부모’가 새로운 유형의 ‘힙한 것’으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방목형 부모노릇하기’(free-range parenting)는 아이들에 대한 과도한 보호와 개입에 반대하며 아이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되찾아줄 것을 주장한다. 2008년 ‘뉴욕 선’의 칼럼니스트가 “9세 아이가 혼자 전철을 타게 한 이유”라는 글을 기고하며 ‘미국 최악의 엄마’로 비난받은 지 10년 만에 ‘방목형 부모노릇하기’는 유타주를 필두로 아이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 제정까지 이끌었다. 유타주는 “기본적 필요가 충족되고 위험을 피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나이의 성숙한 아이는 독립적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격려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애틀랜틱’의 칼럼에서 제시카 칼라르코가 날카롭게 지적하듯, 방목형 부모노릇하기는 여전히 중산층 계급의 이야기다. 실제 노동자 계급은 오랫동안 선택의 여지 없이 방목형 부모노릇을 해왔다. 이는 오랫동안 사회복지 관리의 대상이었고, 현재도 그러하다. 중산층이 행하면 ‘방목’이지만 노동계급이 행하면 ‘방치’로 의심받는다. ‘방목’과 ‘방치’의 경계는 행위 자체에 있기보다 누가 하느냐에 달려 있다.

최근 종영한 <일타스캔들>은 대치동 입시문화를 소재로 대안적 부모노릇하기를 제안한 것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드라마 속 대안이 새로운 모델로 수용될 수 있는 조건은 ‘방목’에도 불구하고 ‘성공’(의대 입학)한 것이다. 이 점에서 드라마는 우리에게 이제 ‘실력’만이 아니라 ‘인성’까지 관리하도록 권고하는 확장된 지배모델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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